전 세계 스키장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스키장을 운영하는 게 점점 힘들어지고 있어서인데요.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가 한 대학교수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만 1970년대 이후에 180곳의 스키장이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죠. 2009년 한때 17곳에 달했던 스키장 가운데 현재 영업중인 곳은 10여 개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문 여는 스키장들도 영업 일수가 계속 줄고 있습니다. 휘닉스 평창, 용평리조트 같은 강원권 스키장도 그런데요. 10여 년 전만 해도 10월 말에 개장을 했었는데 요즘은 11월 말, 혹은 12월 초순에야 간신히 문을 열고 있죠. 3월 초순이면 문을 닫으니 길어야 석 달 남짓밖에 장사를 못 합니다.
국내 스키 인구도 계속 감소하고 있죠. 2012년에 686만 명에 달했던 게 작년 기준 440만 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사정이 이러니 스키장들이 돈 버는 건 당연히 힘들 것 같은데요. 그런데 오늘 다룰 이 회사는 스키장 사업 해서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매출, 이익이 꾸준히 늘었어요. 바로 용평리조트인데요. 최근 사명이 모나용평으로 바뀌었죠. 모나용평은 어떻게 다 죽어가는 스키장을 ‘노다지’로 만들었을까요.
용평 스키장은 자타 공인 한국을 대표하는 스키장입니다. 1999년 동계 아시안게임,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을 이곳에서 치렀습니다. 통일교 재단이 보유한 스키장으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모나용평이란 이름으로 증시에 상장도 되어 있습니다. 올해 코스피지수가 8% 안팎 떨어졌는데요. 모나용평 주가는 10%가량 상승했습니다. 실적이 계속 좋아진 게 주가 상승의 주된 이유로 꼽힙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약 19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늘었습니다. 영업이익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206억원에 이르렀고요.
실적이 좋아진 주된 이유는 분양을 잘해서입니다. 이 회사는 현재 ‘루송채’란 이름의 프리미엄 콘도를 분양 중입니다. 용평 스키장 인근에 있고요. 총 60세대 규모입니다. 분양가는 평당 4000만원이 넘습니다. 서울 시내 웬만한 아파트 분양가 못지않죠. 가장 큰 248평형은 한 채 가격이 100억원을 넘고요. 가장 작은 143평형도 58억원에 달합니다. 콘도는 한 채를 풀계좌로 살 수도 있고, 5분의 1로 쪼개서 살 수도 있는데요. 루송채에 관심 있는 부자들은 풀계좌를 많이 선호한다고 하네요.
모나용평이 루송채 60채를 ‘완판’ 한다고 가정하면 약 4200억원의 매출을 거둘 수 있습니다. 이 매출은 작년부터 실적에 반영이 되고 있죠. 모나용평이 작년에 거둔 매출은 2116억원이었는데요. 이 가운데 35%인 731억원이 분양 매출이었습니다. 올해는 3분기까지 800억원을 분양 매출로 거뒀습니다.
그런데 용평 스키장에 뭐 볼 게 있다고 50억원, 100억원짜리 콘도가 팔릴까요. 그렇습니다. 스키장 때문입니다. 강원도 평창에 있는 용평 스키장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스키어들이 찾는 곳입니다. 2022년 기준 약 260만 명이 이곳을 다녀갔습니다. 작년엔 300만 명을 넘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에버랜드 방문객 588만 명의 절반 수준에 달합니다.
용평 스키장은 국제스키연맹이 공인한 대회 규격 슬로프만 5개가 있죠. 알파인 스키 월드컵 대회를 여러 번 치렀고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땐 알파인 스키 종목 경기장으로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레인보우’란 이름이 붙은 슬로프죠.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키 슬로프란 생각이 듭니다. 슬로프도 좋지만 주변 풍광이 너무 좋죠.
또 레인보우 슬로프가 있는 발왕산은 스키어뿐만 아니라 일반 관광객도 많이 찾는 곳인데요. 해발 1450m가 넘는 이곳 정상엔 최근 스카이워크가 세워졌습니다. 발왕산 케이블카로 쉽게 갈 수 있는데요. 안 가보신 분들은 꼭 한번 가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이런 천혜의 스키장과 자연 환경이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겁니다. 모나용평은 스키장, 그리고 발왕산 개발을 통해서 이곳을 관광 명소로 조성했고요.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콘도 타운으로도 만들고 있습니다. 기존에도 용평콘도, 드래곤밸리 호텔, 타워콘도, 빌라콘도 등등이 있었는데요. 여기에 더해 2002년 버치힐, 2006년 포리스트 레지던스 및 그린피아, 2008년 베르데힐을 개발했고요. 2016년엔 버치힐 테라스, 2021년엔 아폴리스 등도 열었습니다.
앞으로도 줄줄이 개발 계획이 잡혀 있죠. 루송채 분양이 끝나는 내년엔 곧바로 앙띠뉴 개발에 들어가고 2026년엔 디로커스, 2028년엔 필레첸 등등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또 기존의 빌라콘도, 용평콘도도 10년 안에 재건축을 하기로 했죠. 이런 식으로 최소 앞으로 10년간 개발 계획이 죽 잡혀 있습니다. 모나용평은 스키장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실체는 스키장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개발회사인 겁니다. 회사 측에선 이런 식으로 계속 분양을 한다면 2032년까지 연평균 3100억원, 총 3조55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속 기업으로서 모나용평이 지속 성장할 수 있는지 의문도 있습니다. 용평 스키장 일대를 무한정 개발할 수는 없으니까요. 콘도 분양을 통해 분양 매출만 있다면 한계가 분명합니다. 그런데 운영 매출이란 것도 있습니다. 콘도 운영을 해주고 벌어들이는 돈을 말합니다. 작년 매출의 35%가 분양 매출이라고 앞서 얘기했는데 이 말은 75%는 다른 매출, 정확히는 운영 매출에서 나온 겁니다. 운영 매출은 쉽게 말해 방 팔아서 번 돈입니다.
모나용평은 회원들이 안 올 땐 다른 사람들에게 객실을 판매해서 운영 매출을 거둡니다. 또 회원을 상대로도 일부 비용을 받죠. 물론 일반인에 비해 훨씬 저렴하지만요. 회원이든 아니든 객실을 누군가 이용하면 운영 매출이 발생합니다. 이 매출은 콘도로 분양한 객실의 숫자가 늘어난 만큼 비례해서 증가하는데요. 2016년에 운영 매출이 1000억원을 넘겼고, 작년엔 1386억원까지 불었습니다. 작년 말 기준 3356개 객실을 운영해서 거둔 성과입니다. 이 매출엔 객실뿐만 아니라 스키장, 골프장, 워터파크 등등을 운영해서 거둔 매출이 다 들어가 있지만요. 대부분이 객실 판매로 거둔 것이고 스키, 골프, 워터파크도 객실 판매가 잘되면 자연히 매출이 많이 나오는 구조여서 결국 객실 운영을 잘해야 운영 매출이 잘 나온다고 보면 됩니다. 앞으로 계속 분양이 이뤄지니까 객실 팔아 번 돈인 운영 매출 또한 커지는 것은 쉽게 예상이 되죠.
객실은 단순히 숫자만 많아지는 게 아니라 가격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2022년엔 여름·겨울 성수기에 1박당 평균 10만원 안팎 받았는데요. 올 들어선 12만원 수준으로 올라갔습니다. 고급 객실의 경우 더 비싼 가격에 팔 수 있어서 객실 단가는 계속 올라갈 전망입니다.
여기에 더해 모나용평은 일본 내 골프장 두 곳을 총 120억원에 지난해 인수했는데요. 용평 단지 이외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또 내년엔 전북 고창에 인공 래프팅 시설을 갖춘 테마파크 사업에도 참여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총 3500억원 규모의 개발 프로젝트인데요. 모나용평은 1000억원가량을 투입해서 콘도와 골프장 개발을 담당할 예정입니다. 이런 사업들이 가시화되면 용평을 벗어나 전국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모나용평은 스키장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이걸 통해 부동산 분양과 객실 운영으로 돈을 번다는 점에서 오프라인 플랫폼 사업자란 생각도 듭니다. 네이버가 검색으로, 카카오가 메신저로 대규모 온라인 트래픽을 발생시킨 뒤에 여러 수익 사업을 한 것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모나용평은 미디어 아트 전시관 ‘딥다이브’ 뮤지엄을 작년에 여는 등 트래픽 발생을 위한 여러 노력을 계속하고 있죠. 이런 노력이 쌓인다면 스키장의 종말이 와도 모나용평은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요.
안재광 한국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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