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우리나라 경기 전망을 두고 곳곳에서 우려가 쏟아진다. 한국은행은 2024년 11월 28일 수정 경제 전망을 통해 2025년 경제성장률을 기존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고, 현대경제연구원은 ‘2025년 한국 경제 수정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5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5%포인트나 끌어내린 1.7%로 제시하면서 2025년 성장률이 1%대 중반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의 2025년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1%로 낮췄다.
여기에 고환율, 불안한 정세까지 더해져 새해 뚜렷한 증시 모멘텀이 제시되지 못하는 양상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현재 우리 증시의 가장 큰 위협은 탄핵보다는 지속되는 저성장 국면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이 같은 경기 전망이 2024년 한 해 국내 증시에 선반영된 부분도 적지 않아, 새해 변동성을 활용한 투자 전략은 유효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동시에 ‘밸류업’이 향후 증시의 옥석을 가리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유독 국내 증시가 외면받는 이유가 뭘까.
“일단 중국의 영향이 제일 크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중국 고성장기에 수혜를 받았는데, 이제는 그 규모가 협소해지고, 오히려 중국 로컬 기업들이 한국의 빈자리를 채우다 보니 더욱 타격을 받게 된 것 같다. 그 기간이 대략 13년 정도 지속됐다. 우리 증시 역시 그 기간 박스권에 머물렀다. 동시에 여전히 낮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주주환원율과 지배구조 문제들이 한국 주가를 억누르는 요인으로 판단된다.”
새해 경기는 어떻게 흐를까.
“2025년 국내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좋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낮은 경제성장률은 물론이고, 기업 이익도 그리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증시도 마찬가지로 떨어질 것이냐에 대해서는 그렇지만은 않다고 본다. 2024년 부진했던 국내 증시에 이미 그러한 우려가 반영된 부분도 있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수년째 우리나라 증시가 박스권에 머물러 있다. 즉, 이건 추세를 산다기보다 변동성을 사는 시장이다. 그렇게 본다면 경기 매크로 변수나 기업 이익 사이클이 안 좋은 것과는 별개로 자산 가격은 조금 다를 수도 있다고 본다.”
예를 든다면.
“가령, 2023년도에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4%였다. 역대 다섯 번째로 낮은 성장률이었지만, 그 해 코스피는 17%가량 올랐다. 이미 그 전에 25% 지수가 밀렸다. 선반영된 셈이다. 그런 점들을 고려한다면 새해 증시가 그리 좋아 보이는 구석은 없지만, 투자 전략 관점에는 그런 점들도 다른 앵글로 바라볼 포인트는 있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AI) 주도의 시장은 얼마나 이어질까.
“AI 산업의 주도권은 여전히 미국이 확실히 쥐고 있고, 미국 이외 지역에서는 딱히 수혜주를 찾기 어렵다. 앞으로도 AI 산업이 상당 기간 비가역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의 관련 주식들은 사서 장기 보유하기에는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은 것 같다. 가치 대비 싸게 거래되는 종목을 매수해 장기간 보유해야 한다는 철학은 유효하지만, 지금으로선 확실히 어떤 종목을 제시하긴 힘들다.”
AI를 잇는 주목할 만한 섹터가 있다면.
“한국 시장 기준 섹터 내에서의 주가 동조화가 극단적으로 낮아졌다. 이 때문에 업종별 접근은 크게 실익이 없다고 본다. 그보다는 업종 불문 주주 환원이 늘어나는 종목이나 당장은 주주 환원이 늘지 않더라도 지배구조 개선에 가시적인 성의를 보이는 종목들이 나은 성과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무 리스크 프리’, ‘저평가된 밸류에이션’, ‘주주 환원을 비롯한 거버넌스 개선’ 이 세 가지 기준으로 종목들을 좀 골라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밸류업은 새해에도 유효할까.
“2024년 밸류업에 대한 냉소적인 평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일종의 문화를 바꾸는 일인 만큼 7~8개월간의 상황으로 ‘잘했다, 잘못했다’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되레 중요한 발걸음을 떼었다는 측면에서는 유의미했던 한 해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직까지도 밸류업 공시를 한 기업이 많지 않은데 관련 지수를 만들어서 한계가 많았다고 본다. 향후 밸류업을 공시하는 기업들이 많아지면 2025년에는 전년보다는 좀 좋은 평가를 받지 않을까 싶다.”
주의가 필요한 업종들은 무엇일까.
“모든 종목이 경기 둔화 위협에 놓여 있다. 이럴 때일수록 재무적 안정성이 떨어지는 종목들은 조심해야 한다. 성장이 아닌 생존을 위해 증자를 할 기업들이 많이 나올 것 같다. 주가에는 부정적이다. 특히, 최근 수년간 무리한 인수합병(M&A)으로 현금 유동성이 소진된 기업들에 투자 시 주의가 필요하다.”
2025년 투자 전략 포인트를 짚어준다면.
“자신의 포트폴리오에서 위험자산인 주식의 보유 비중이 낮은 투자자라면 다소의 하락 리스크를 감내하더라도 현재 레벨에서는 주식 비중을 늘려야 한다. 주식을 이미 잔뜩 들고 있는 투자자라면 솔루션이 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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