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의대 정원을 매년 2000명씩 늘려 이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수가 조정, 보상 확대, 정부 지원을 통해 필수의료에 생긴 공백을 메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의료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2000명’이라는 숫자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았고 필수의료를 기피할 수밖에 없는 의료제도를 고치지 않고 의사 배출만 늘리면 효과는커녕 부작용만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의대 증원을 강행했지만 병원의 경영난과 인력난은 심화했다.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사직했고 전임의들도 번아웃을 호소하며 줄퇴사했다. 8월 말 집계 기준 사직 전공의는 1만1732명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붕괴를 피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당은 탄핵저지선을 넘어선 것에 안도해야 했다. 총선 결과가 나온 직후 재계에서는 ‘협치’를 강조하는 논평이 쏟아졌다. 대통령실은 기존대로 자기 정책을 밀어붙이고, 공무원들은 소극적으로 되고, 거대야당은 정부 정책에 사사건건 반대하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은 불 보듯 뻔했다.
한국 경제가 고물가·고환율·고금리란 ‘신(新) 3고(高)’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물가는 치솟고 가계 경제가 어려워지자 소비자는 지갑을 닫았다. 외식 물가는 올해 내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삼겹살(200g 환산)은 올해 5월 서울 기준 처음으로 2만원 시대를 열었고 삼계탕도 지난 7월 1만7000원 문턱을 넘었다. 평양냉면도 1만7000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소매 판매는 3분기까지 10분기 연속 줄었다. 여기에 계엄 사태로 정국 혼란을 겪으며 ‘소비 실종’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경기 불황이 이어지자 자영업자는 위기를 넘어 폐업 수순을 밟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폐업 등의 이유로 소상공인에게 지급한 노란우산 공제금은 지난 11월 기준 1조6304억원(11만3710건)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26.7% 증가했다. 지금까지 노란우산 공제금 규모 중 가장 많은 수치다.
경기도는 올해 상반기 소상공인 폐업률이 개업률을 넘어섰다. 수출마저 휘청거린다. 수출증가율은 4개월째 내림세를 걷고 있다. 내수침체와 수출둔화가 겹치자 한국은 ‘경제성장률 1%대’ 저성장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경제가 이렇게 망가지는 동안 정부 경제팀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국장 탈출’을 외치면서도 저점 매수에 미래를 걸던 개인투자자들마저 증시를 떠났고 외국인의 매도세도 이어졌다. 돈은 비트코인과 미국 증시, 금으로 옮겨갔다. 비트코인은 사상 처음으로 10만 달러(1억5000만원)를 돌파했고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알파벳), 메타, 테슬라 등 일명 ‘M7’ 주식의 연간 상승률은 75%에 달했다.
서학개미들의 자산은 덩달아 뛰었다. 미래에셋증권 고객의 올해 해외주식 평가이익은 약 14조6000억원 늘었다. 해외주식 고객 평가이익률은 61.7%였다.
산업계 뒤흔든 경영권 분쟁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장면이었다. 지난 4월 25일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기자회견은 파격적인 형식과 내용으로 가득했다. 이날 130분 넘게 생중계된 회견에서 민 전 대표는 하이브에 대한 폭로성 발언을 쏟아냈다.
경영권 갈등은 하이브가 자회사 어도어 대표였던 민희진에게 배임과 경영권 탈취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전 국민 도파민을 책임지던 이슈는 국정감사로까지 번졌다. 민 전 대표는 8월 대표이사 자리에서 해임됐고 프로듀서로 남아달라는 어도어의 제안을 거절한 뒤 11월 사임했다.
뉴진스 역시 소속사의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11월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했다. 하이브와 민 전 대표의 갈등은 전속계약 유효 확인 소송과 여러 건의 민형사 고소 건 등으로 현재 진행형이다.
하이브 사건 이외에도 금호석화, 고려아연, 한미약품 등이 경영권을 두고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가해자의 98%가 남성이고 이 중 10대가 80.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범죄 피해자는 가해자의 같은 반 친구, 교사, 지인 등 일상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딥페이크 방식 등으로 동문 여성들을 합성해 허위영상물을 제작하고 배포한, 이른바 ‘서울대 N번방’ 사건의 주범은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이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로 나섰다. 미국 주요 언론이 ‘카멀라 해리스가 당선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결과는 도널드 트럼프의 압승이었다. 사진 한 장으로 2024년 미국 대선 판도가 뒤집혔다고 할 수 있다.
지난 7월 13일 유세장에서 총격을 당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피를 흘리면서도 주먹을 불끈 쥐고 결연한 표정으로 지지자들을 향해 “싸우자”고 외치는 바로 그 사진이다. 이 장면으로 공화당 지지층은 무섭게 결집했고 결국 6월 말 TV토론회에서 참패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직을 사퇴했다.
미국 경제는 ‘나홀로 호황’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좋았지만 유권자들은 “내 삶이 4년 전보다 나빠졌다”며 바이든 정권을 심판했다. 트럼프 2기는 미국 우선주의를 위해 다른 나라에는 ‘관세 폭탄’을 선포했고 자국 기업에는 ‘감세’ 혜택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트럼프 1기 때와 기조는 같지만 속도와 강도는 더 세질 전망이다.
스웨덴 한림원이 밝힌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다. 한강 작가는 올해 한국인 최초, 아시아 여성 작가 중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 11명 중 유일한 여성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MZ세대 군인들은 불합리한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며 나름대로 저항했다. 허술하게 준비된 계엄은 분연하게 움직인 국민에 의해 6시간 만에 종료됐다. 계엄을 둘러싼 의혹은 하나둘 밝혀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충암고 출신 군 인사들과의 회동에서 계엄령 준비를 논의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으며 방첩사령부가 계엄 포고령 초안을 작성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계엄 선포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계엄사태 이후에는 탄핵 촉구 집회가 곳곳에서 열렸다. 10대에서 30대까지 젊은 여성이 대거 참여했다. 평화 시위의 상징인 ‘촛불’은 아이돌 응원봉과 이색 깃발로 진화했다. 계엄 11일 만에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됐고 헌정 사상 세 번째인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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