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적 금리인하·파월 발언에 무너진 비트코인…어디까지 떨어질까? [강민승의 트레이드나우]

입력 2024-12-19 18:08   수정 2024-12-1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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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이 내년부터 금리 인하 속도를 대폭 줄일 것을 시사하면서 급락한 비트코인(Bitcoin, BTC)은 10만1000달러 근방에 위치한 저항선을 돌파하려 시도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10만1000달러를 안정적으로 돌파하면 회복을 이어갈 수 있지만 9만8500달러 지지선을 반납할 경우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19일 비트코인은 오후 17시 52분 기준 현재 바이낸스 USDT 마켓을 기준으로 전일 대비 1.93% 내린 10만1775달러(업비트 원화 마켓 기준 1억5199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각 김치 프리미엄(해외 거래소와 국내 거래소의 가격 차이)은 최근 소폭 상승한 3.03%를 기록하고 있다.
美 Fed, '매파적 금리인하'..."비트코인 비축도 없다"
최근 글로벌 증시·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내년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을 시사하면서 하락했다. Fed는 기준금리를 예상대로 인하했지만 앞으로 금리 정책은 기대보다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일 것이란 전망에 시장은 요동쳤다.

18일(현지시간) Fed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하면서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를 통해 내년 금리 인하폭을 종전 4회에서 2회로 대폭 내렸다. Fed의 경제전망요약에 따르면 내년 말 기준금리는 지난 9월 전망한 연 3.4%에서 연 3.9%로 상향 조정됐다. Fed 위원들은 내년 금리 인하 폭이 0.5%포인트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이날 FOMC 개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전망이 다시 높아짐에 따라 금리 전망 중간값도 다소 높아졌다"면서 "경제가 견조하게 유지되고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적으로 상승하지 않는다면 정책 완화 속도를 더 천천히 조절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금리 인하의 속도를 늦추거나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파월 의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할 예정인 비트코인 전략적 비축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관여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파월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비트코인을 소유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비축을 위한 법적 제도 마련에 대해서도 "그것은 의회가 고려해야 할 사안으로 Fed는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라고 못 박았다.


앞서 지난 12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미 경제전문 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석유 비축 기금과 같은 비트코인 전략적 비축 기금을 만들 계획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하며 비트코인 전략적 비축 계획을 재확인한 바 있다.


이번 FOMC 이후로 금리선물 시장은 내년 1월 금리 동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날 오후 13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내년 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동결할 가능성은 91.4%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8.6%로 반영됐다.
"가상자산 시장, 기관 자금 유입 증가세…내년도 상승 전망"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는 지난주(지난 9일~13일) 21억6710만달러(약 3조1152억원)가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 ETF를 포함한 전체 디지털자산 투자 상품에는 32억달러(약 4조5993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비트코인 전략적 비축 기금'을 추진할 계획을 재확인한 것,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추가 매수 소식 등이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비트코인은 기관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추가 상승할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파이넥스는 지난 17일 연구 보고서를 통해 "현재 강세장은 ETF 자금 유입과 현물을 축적하는 강력한 기관의 수요를 반영하고 있다"라며 "MVRV, NUPL 등 각종 온체인 지표는 비트코인의 '환희의 정점'은 아직 멀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시장은 비트코인의 반감기 이후 약 450일이 경과한 내년 3~4분기에 정점을 찍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내년에도 비트코인이 상승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비트파이넥스는 "비트코인은 내년 중반까지 14만5000달러, 더 유리한 조건에선 20만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면서 "(ETF 등 기관의 매수세에) 내년 조정은 미미한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투자자들은 과매수 징후에 대해 경계감을 늦춰선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내년 1분기는 변동성이 예상되지만 광범위한 추세를 볼 때 비트코인은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미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가상자산 시장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 기업 카이코(Kaiko)는 연구 보고서에서 "미국 기업들은 비트코인을 재무 자산으로 편입하고 있고 테슬라 등 기업도 대차대조표에 비트코인을 추가했다"면서 "미국의 '비트코인 전략적 비축 기금' 추진 계획도 주목받고 있다. 이는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처럼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등 미국 기업이 비트코인 매입에 속도를 내면서 장기적 낙관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카이코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을 40만개 이상 보유하고 있고 보유가치는 250억달러(약 35조원)이 넘는다"면서 "이들은 향후 몇 년 안에 비트코인 보유량을 490억달러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기업으로 알려진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이날 현재 43만9000 BTC를 보유하고 있고, 평균매수단가는 6만1725달러로 전해진다. 최근 나스닥 상장사 셈러, 라이엇, 지니어스그룹, 일본 메타플래닛 등 다수 기업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전략을 표방하며 비트코인 추가 매수에 나서고 있다.



기관의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가상자산 시장의 유동성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온체인 가상자산 분석 플랫폼 글래스노드(Glassnode)는 주간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의 10만달러 돌파는 그 회복력과 강인함을 또 한 번 입증한 신호가 됐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최근 110만개를 넘어섰다"면서 "기관과 커스터디 기업이 보유한 물량이 많아지면서 시장의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X(옛 트위터), 레딧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비트코인에 몰린 자금의 향방을 추측하는 게시글이 많아지고 있다.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업체 샌티멘트는 지난 17일 "최근 소셜 미디어에선 비트코인에 몰린 자금이 알트코인으로 이동할 것인지 혹은 비트코인에 더 집중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라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도미넌스(가상자산 전체의 시가총액 중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를 눈여겨보며 알트코인 투자에 대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방 압력 커진 비트코인, 10만1000달러선 안정적 돌파 중요"
시장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10만1000달러 저항선을 안정적으로 돌파하면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반면 비트코인이 9만8500달러선을 깨고 내려가면 낙폭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온체인 분석가들은 미국발 매수세를 나타내는 '코인베이스 프리미엄'이 감소하고 있어 중기적으로 상승세가 둔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비트코인은 상승분을 일부 반납하고 조정을 받고 있다. 아유시 진달 뉴스비티씨 연구원은 "사상 최고가(10만8297달러)를 달성한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라며 "비트코인은 최근 10만달러를 반납한 이후 9만8728달러 부근에 저점을 형성하고 손실을 통합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분석가는 "비트코인은 9만8000달러 위에서 계속 머무를 경우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면서 "상승에 대한 주요 저항선은 10만1000달러, 10만2250달러에 차례로 위치한다. 이를 확실히 넘어선다면 시세는 더욱 오를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비트코인이 10만1000달러 저항선을 돌파하지 못하면 계속 하락할 수 있다"면서 "하락에 대한 지지선은 9만8500달러~9만8000달러, 9만6200달러, 9만5500달러에 위치한다"라고 덧붙였다.

비트코인은 지지선을 시험하면서 하방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라케시 우파드예히 코인텔레그래프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단기적으로 (박스권을 형성하며)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9만9974달러선은 주시해야 할 중요한 지지선으로, 이를 하회할 경우 9만839달러까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반면 비트코인이 해당 지지선 근처에서 강하게 반등하면 돌파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11만3331달러, 12만5000달러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라고 예상했다.

크리스토퍼 루이스 에프엑스프로 애널리스트도 "최근 매수세가 강력했던 점을 고려하면 비트코인이 잠시 쉬어가는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일 것"이라면서 "시장의 움직임을 보면 비트코인은 11만달러까지 상승할 여력이 있지만 먼저 한차례 하락할 수 있다. 중요한 지지선은 10만달러, 9만5000달러 근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분석가는 "비트코인은 이번 사이클 내 고점에 근접하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투자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비트코인은 장기적으로 강세가 전망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명 시장분석가인 케이티 스톡턴 페어리드스트레티지 창업자는 "비트코인은 기술적으로 분석할 때 최근 모멘텀이 '중립'에서 '강세'로 전환됐다"면서 "비트코인은 향후 12만400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커졌다"라고 분석했다. 비트코인은 현 시세보다 약 17%가량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스톡턴은 "거시경제 상황에 따라 비트코인 시세는 단기적인 조정을 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인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라면서 "비트코인이 10만80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만큼 강세 사이클은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강한 모멘텀이 지속되고 있어 (조정을 촉발할 수 있는) 과매수 등은 큰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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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승 블루밍비트 기자 minriver@bloomingb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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