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승, 상금만큼이나 선수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있다. 바로 예선 탈락 횟수다. 김시우(29)는 올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예선 탈락을 가장 적게 한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올해 총 24개 경기에서 2개 대회를 제외하고 모두 본선에 진출했다. 지금까지 PGA투어에서 보낸 9개 시즌 가운데 예선 통과 기준으로 가장 뛰어난 시즌이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은 3승을 합작하는 데 그쳤지만 예선 통과 측면에서는 여전히 탄탄함을 증명했다. 1승의 유해란과 무관의 고진영, 김효주는 올 시즌 출전 대회에서 각각 두 번의 예선 탈락만 했다. 아직도 우리 한국선수들에게 기대를 해 볼만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목표를 물어보면 “주말에도 경기하는 것” 즉 ‘커트 통과’를 가장 먼저 말한다. 우승 등 화려한 목표를 기대한 팬들로서는 다소 김빠질 수 있는 답이지만 선수들에게는 그 무엇보다 절박하고 솔직한 심정이다. 특히 톱랭커와 종잇장 한 장 차이로 경쟁하는 PGA투어, LPGA투어 선수들에게는 ‘예선 통과’가 겸손을 가장한 목표가 아니다.
전 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도 예선에서 떨어지고, 잘 치다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선수가 수없이 많다. 두터운 선수층, 매해 추가되는 강자는 늘 선수들을 겸손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톱랭커도 1라운드에서는 무리하게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기보다 다소 보수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예선에서 떨어지면 선수들은 여러 가지 감정에 휩싸인다. 스스로에게 화내기도 하고, 자신감이 떨어지고, 주변에 부끄러운 마음이 많이 든다. 응원하러 와준 팬이나 가족들에게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표정을 짓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다.
특히 한 타 차이 탈락은 선수들에게 더 큰 아픔을 남긴다. 1, 2라운드에서의 실수가 두고두고 잔상으로 남기 때문이다. 어차피 결과가 같다면 큰 타수 차이로 탈락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는 선수가 적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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