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영화는 게임처럼 바뀐 전쟁의 모습을 그린 게 공통점이다. 방아쇠를 당겨 지척에 있는 적을 해치는 게 아니라 적을 마주하지 않고 버튼 하나로 목표를 완수하는 것이다. 현대전에선 이를 ‘버튼 누르기 전쟁’(push-button war)이라고 부른다. 적진 멀리서 적을 타격할 수 있어 살상에 대한 죄책감을 덜 느끼는 게 특징이다.
드론 기술까지 발달하면서 죄책감을 완화하는 ‘버튼 전쟁’이 확산하고 있다. 가성비 좋은 무기라는 인식 때문에 너나 할 것이 드론 개발에 열을 올린 영향도 크다. 전투기 생산은 꿈도 꾸지 못하던 튀르키예와 이란 등이 드론을 만들면서 500달러(약 72만원) 정도면 손쉽게 군사용 드론을 구할 수 있다. 더 이상 2000만달러짜리 탱크나 300만달러가 넘는 미사일처럼 큰돈을 쓰지 않아도 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는 영상 촬영용으로 쓰던 ‘1인칭 시점(FPV·first person view) 드론’을 대거 전장에 투입했다. 드론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보는 시점(1인칭 시점)으로 적을 포착해 재빨리 타격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런 공격을 ‘굿 킬’이라고 여기는지 살상용 드론에 산타 인형까지 달았다. 이 드론의 출현을 모르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끌려 나온 북한 군인들이 대규모 피해를 봤다는 소식이다. 한 우크라이나군 하사는 “북한 병사들이 좀비처럼 몰려와 떼죽음을 당했다”고 전했다. 뒤늦게 북한이 드론 감시용 초소를 설치한다지만 드론 때문에 죄책감 없는 게임으로 바뀐 이번 전쟁에서 얼마나 피해를 볼지 모를 일이다.
정인설 논설위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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