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2030 세대는 무엇을 바라는가

입력 2024-12-19 18:04   수정 2024-12-20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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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집회 현장에서 20·30 여성이 주축이 돼 응원봉을 들고 K팝을 부르는 모습은 전 세계에서 새로운 트렌드인 ‘K집회’로 주목받았다. K팝 히트곡들이 ‘2024년판 신 민중가요’로 부상하기도 했다. ‘수많은 알 수 없는 길 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언제까지라도 함께하는 거야. 다시 만난 나의 세계 특별한 기적을 기다리지 마. 눈앞에선 우리의 거친 길은 알 수 없는 미래와 벽 바꾸지 않아’라는 ‘다시 만난 세계’의 가사와 힘 있는 멜로디는 젊은이의 비장함을 느끼게 한다.

그동안 2030세대는 ‘헬조선’이라며 한국을 싫어하는 대표적인 연령대였다. 장강명 작가의 <한국이 싫어서>가 2015년 발간되자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 소설은 장건재 감독의 동명의 영화로 탄생해 올해 여름 개봉됐다. 이 영화는 20대 후반의 ‘계나’(고아성 분)가 자신의 진정한 행복을 찾아서 어느 날 갑자기 직장과 가족, 남자친구를 뒤로하고 혼자 뉴질랜드로 떠나는 이야기다.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에서 주인공 계나는 가난한 집 장녀이며 직장여성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이민하려는 사정을 들려준다. 학벌과 외모, 재력 등이 계급화된 한국 사회에서 평균 이하로 살아가던 주인공이 자신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잃고 한국을 떠나 뉴질랜드로 떠나려 한다.

추위를 많이 타는 계나는 보일러가 고장이 나도 고치지 못하고 새우잠을 자며 살아가는 자신이 동화 ‘추위를 싫어한 펭귄’의 주인공 파블로와 같다고 생각하고 남쪽 나라로 떠나고자 하는 것이다. 직장도 원래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닌 데다 직장 내 부조리를 강요하는 상사와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었다. 게다가 6년 동안 사귄 재력가 아들인 지명(김우겸 분)의 부모님과 인사하는 자리에서 가난하다는 이유로 무시당하기도 한다. 이 모든 답답한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뉴질랜드로 떠났지만 새로운 삶도 녹록지 않다. 고시공부를 몇 년 하다 자살한 친구의 장례식 참석차 잠깐 귀국한 계나는 나름의 꿈을 이루고 그녀를 기다린 남자친구 지명과 다시 만나게 된다. 결혼하자는 지명의 요구에 잠깐 흔들리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행복하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깨닫게 되고, 그녀는 다시 뉴질랜드행 비행기를 탄다.

이 영화를 통해 환기되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은 자신만의 기준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높은 기준으로 행복을 규정하고 자신이 상대적으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번 시위에서 증명됐듯 발랄하고 개성 있게 시위 문화를 주도해 간 2030세대가 앞으로 자신만의 기준으로 진정한 행복을 발견하고 새로운 한국을 만들어 나갈 것으로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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