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SBS와 손을 잡았다. SBS의 신작과 기존 드라마·예능·교양 프로그램을 국내 넷플릭스 회원들에게 제공하고, 일부 신작 드라마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 공개하는 내용이 골자다.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SBS를 비롯한 지상파 방송국 프로그램이 킬러 콘텐츠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Waave)가 타격을 입을 전망. 나아가 티빙과의 합병으로 넷플릭스를 견제하는 대형 토종 OTT를 만들겠다는 구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협약에 따라 내년부터 넷플릭스에서 ‘런닝맨’ ‘그것이 알고 싶다’ ‘골 때리는 그녀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같은 SBS 인기 예능·교양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모래시계’부터 ‘스토브리그’, ‘펜트하우스’까지 SBS 드라마 흥행작들도 선보인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SBS 신작 드라마 중 일부 작품이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된다. 이와 관련해 넷플릭스는 “다양한 언어의 자막, 더빙 제작은 물론 현지 홍보 및 마케팅 활동을 펼쳐 K콘텐츠 경쟁력 제고에 이바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방문신 SBS 사장은 “이번 협약은 ‘지상파 TV를 넘어 글로벌로 가자’는 SBS의 미래전략에 기반한 것이다. 넷플릭스와의 협력을 통해 K콘텐츠 세계화에 더욱 공헌하고 양측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부문 부사장(VP·Vice President)도 “SBS와의 협력은 한국형 스토리텔링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한층 더 알리는 새로운 이정표”라고 의미 부여했다.
넷플릭스는 여전히 OTT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화제성 높은 오리지널 콘텐츠가 다소 뜸해지는 등 국내 시청자를 붙들어둘 콘텐츠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드라마·스포츠 콘텐츠를 보강한 토종 OTT 티빙, 쿠팡플레이 등이 추격해오자 넷플릭스는 최근 네이버와도 손 잡는 등 ‘접점 확대’에 힘 쏟고 있다.
당장 웨이브는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핵심 경쟁력인 지상파 3사 프로그램 중에서 SBS가 넷플릭스에도 콘텐츠를 공급한다면 구독자들이 OTT 플랫폼 가운데 굳이 웨이브를 선택할 유인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티빙 모회사 CJ ENM과 웨이브 대주주 SK스퀘어는 총 2500억원을 투자해 웨이브가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인수, 본 궤도에 오른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작업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10월 기준 월간활성이용자(MAU) 787만명인 티빙과 427만명인 웨이브가 합치면 1167만명인 넷플릭스와 맞먹는 수준으로 올라서지만 이번 넷플릭스와 SBS의 파트너십으로 힘이 빠질 수 있어서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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