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고용허가제 외국인력(E-9) 쿼터가 전년 대비 3만5000명 감소한 13만명으로 결정됐다.
정부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개최해 고용허가제 외국인력(체류자격 E-9) 쿼터 결정에 관한 '2025년 외국인력(E-9) 도입·운용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외국인력 쿼터는 16만5000명에서 13만명으로 줄었다. 전체 쿼터 감축은 2021년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산업현장 인력난 적극적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E-9 쿼터를 2년 연속 급속히 늘린 바 있다. 보통 5~6만명대를 유지하던 쿼터는 지난해 12만명에서 올해 16만5000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확대됐다.
하지만 올해 현재까지 실제 비자발급자수는 전체 쿼터 16만5000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 7만460명에 그치고 있다. 연말까지 최종 실적은 8만명 내외가 될 전망인데 이조차도 쿼터에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지난해엔 전체 쿼터 12만명 중 발급자수가 11만4338명에 달해 쿼터를 대부분 채웠다.
고용부는 이런 현상에 대해 올해 경기 변화와 함께 E-7(특정활동), E-8(계절근로) 등 취업이 가능한 다른 비자를 통한 외국인 활용이 증가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다만 다른 인력업체 관계자는 "경기가 악화하면서 고용 자체를 줄이고 있다"며 "외국인력들의 가격이 높아지면서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조업에서 지난해 비자 발급자(8만8657)가 쿼터(7만8500명)를 능가할 정도로 외국인력 수요가 높았지만, 올해는 쿼터를 9만5000명까지 늘렸음에도 비자 발급자수는 지난해보다 되레 3만3000여명이 줄어들었다.
서비스업도 올해 처음으로 외국인력을 도입하면서 쿼터를 2870명에서 1만3000명까지 늘렸지만, 발급자수는 470명에서 681명으로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쿼터 대비 발급자수 비율이 5.2%로 예측이 턱없이 빗나간 셈이다.
내년도 쿼터는 '업종별 쿼터'와 예상치 못한 상황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탄력배정분'으로 구성된다. 업종별 쿼터는 총 9만8000명으로, 제조업 7만2000명과 농축산업 1만명 등 업종별로 분배됐다. 탄력배정분은 총 3만2000명이다.
일각에서는 인력수요 조사를 보다 고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인력중개업체 관계자는 "서비스업의 경우 외국인력 쿼터 확대를 앞두고 실시했던 사전 설문 조사에선 영세기업들의 외국인력 수요가 높다고 나왔지만 정작 도입이 시작되자 활용 신청이 저조했다"며 "업종별 단체들의 여론몰이에 휘둘리기보다 정밀 수요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서비스업의 경우 높은 폐업률 등을 고려해 ‘5년 이상 업력’ 제한 등 규제를 풀어주는 등 문턱을 낮추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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