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국민의힘 재선과 3선, 4선 의원들은 선수별 모임을 하고 ‘투톱 체제’가 적절하다는 공감대를 이뤘다. 재선 모임 간사인 엄태영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원 마이크’보다는 ‘투 마이크’가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3선의 김석기 의원도 모임 뒤 “원내대표가 혼자 할 경우 업무 과부하에 걸린다”며 “비대위원장이 할 일이 많아서 투톱으로 가는 게 맞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4선 모임에서도 “경험 많은 원내 인사가 투톱 체제로 당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3선 의원 모임에서는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할 인사의 이름도 거론됐다. 김 의원은 “당 내부 (인사)가 맞다는 것이 대부분 의견이었다”고 했다. 이들은 권영세·나경원 의원을 비대위원장 후보로 추천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모두 권 원내대표와 같은 5선이어서 당 주도권을 두고 서로 견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평가다.
권 의원은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맡아 친윤(친윤석열)으로 분류되지만, 합리적인 성품으로 당내에서 두루 지지를 받고 있다. 나 의원은 지난해 전당대회 당시 이른바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압박으로 당 대표 출마를 접은 바 있다.
올해 전당대회에선 한동훈 전 대표와 경쟁하면서 비윤(비윤석열) 색채에서 벗어난 듯 보였다. 권 의원과 나 의원은 모두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다.
지난해 12월 ‘한동훈 비대위’ 출범 전까지 당 대표를 맡았던 김기현 의원(5선)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일부 중진이 김 의원을 추천하고 있지만, 지지세가 확산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내에선 이 같은 비대위원장 유력 후보군을 두고 ‘도로 친윤당’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조경태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탄핵에 반대한 인물이 비대위원장이 됐을 경우 ‘계엄 옹호당’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을까”라며 “대통령과 분리 작업을 할 수 있는 인물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여당 관계자도 “다시 친윤 일색의 지도부를 꾸리면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냐”며 “대선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가 모두 5선으로 꾸려지면 계엄 사태 이후 당 안팎에서 나오는 쇄신 기대에 못 미친다는 점도 부담이다.
설지연/박주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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