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청소년 SNS 사용, 금지해야 하나

입력 2024-12-23 10:00   수정 2024-12-2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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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의회가 지난달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세계 최초이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SNS 금지법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X 등이 금지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며 시행 시기는 내년 11월 말이다. 법 위반 플랫폼엔 최대 4950만호주달러(약 450억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미국의 몇몇 주와 프랑스, 영국에서도 아동·청소년의 SNS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도입했거나 추진 중이다. 한국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게 바람직할까.
[찬성] "SNS 중독, 술·담배처럼 위험"…온라인 왕따·괴롭힘 피해 속출
청소년의 SNS 중독이 심각하다. 한창 공부하거나 친구들과 어울려야 할 시기에 SNS에 빠져 몇 시간씩 헤어나지 못하는 청소년이 많다. 스스로 절제해서 사용 시간을 조절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나이에 SNS 중독은 독이 될 수 있다. 미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SNS를 매일 3시간 이상 사용하는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우울증과 불안을 경험할 확률이 2배나 높다고 한다. 청소년은 SNS에서 끊임없이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거나 사이버 괴롭힘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선 술이나 담배에 경고문을 붙이듯 SNS에도 “청소년 건강에 유해하다”는 경고문을 붙여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호주 의회가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한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호주에선 SNS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한 아동과 청소년이 연이어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지면서 청소년의 SNS 사용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졌다.

부모는 자녀가 SNS에서 왕따를 당하더라도 알아차리기 힘들고, 학교도 SNS에서 이뤄지는 집단 괴롭힘을 통제하기 어렵다. SNS가 대면 소통을 대체하면서 아이들도 친구들과 직접 소통하며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기 어렵게 됐다.

청소년이 SNS를 통해 온라인 도박에 빠지거나 유해 물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SNS로 다른 사람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퍼뜨리다가 자기도 모르게 위법행위를 저지를 수도 있다. 사이버폭력이나 성인 콘텐츠에 쉽게 노출되는 건 물론이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도 자녀들에게 아이패드 같은 스마트 기기 사용을 엄격히 제한했다. 그 대신 자녀와 대화하고 토론하는 데 집중했다. SNS 등 과도한 인터넷 이용의 부정적 영향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반대] 부모 계정으로 우회사용 늘 것…더 나쁜 다크웹으로 옮겨갈 수도
전면적 SNS 금지는 간단하긴 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해결책이다. 정상적인 경로로 SNS를 이용하기 어려워지면 청소년은 부모 등 성인 명의로 가입해 SNS를 이용하려고 할 수 있다. 사이버범죄 등 불법 활동에 악용될 위험이 더 큰 다크 웹으로 옮겨가는 청소년이 늘 수도 있다. 우회 가입이 늘어나는 등 일종의 ‘풍선효과’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규제 범위도 논란이다. 호주는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하면서 교육용 플랫폼이나 계정 없이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 결과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나 중독성 영상이 많은 틱톡, 영미권의 카카오톡 격인 왓츠앱 등이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 청소년이 많이 이용하는 데다 ‘청소년 유해’ 콘텐츠도 적지 않은 서비스가 제외되면서 법안이 반쪽짜리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SNS 금지로 엉뚱하게 피해를 보는 청소년이 생길 수도 있다. 소수집단에 속하거나 외딴 지역에 사는 청소년은 SNS가 주요한 소통 수단이다. SNS에서 도움을 찾는 청소년도 있다. SNS를 일방적으로 막으면 이런 청소년이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 규제하더라도 이런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기준 연령도 논란이 될 수 있다. 호주는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전면 금지하면서 기준선을 ‘16세 미만’으로 정했다. 프랑스는 부모 동의 없는 15세 미만의 SNS 사용을 제한하기로 했고, 미국 플로리다주는 14세 미만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선 청소년의 SNS 사용 제한이 온라인 정보 접근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SNS 사용 제한은 표현의 자유에 저촉될 수 있는 만큼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 생각하기 - SNS 폐해 막을 방법 다각도로 찾아야
SNS의 폐해가 큰 건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청소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차단할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다만 SNS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건 실효성이 적을 뿐 아니라 뜻하지 않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효과가 충분히 검증됐다고 보기 어렵다.

일방적 금지 대신 청소년에게 사이버폭력 등 SNS 중독의 폐해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온라인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을 교육하는 게 더 나은 건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SNS를 운영하는 플랫폼이 사이버폭력 등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강화하도록 하는 것도 대안이다.

인스타그램은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에서 청소년 전용 ‘10대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유해 콘텐츠 노출이 차단되는 것은 물론 부모가 자녀의 인스타그램 사용 시간을 제한하고, 자녀가 누구와 채팅하는지 알 수 있는 기능이 있다. 한국에서도 내년 1월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주용석 논설위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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