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나이에 SNS 중독은 독이 될 수 있다. 미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SNS를 매일 3시간 이상 사용하는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우울증과 불안을 경험할 확률이 2배나 높다고 한다. 청소년은 SNS에서 끊임없이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거나 사이버 괴롭힘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선 술이나 담배에 경고문을 붙이듯 SNS에도 “청소년 건강에 유해하다”는 경고문을 붙여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호주 의회가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한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호주에선 SNS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한 아동과 청소년이 연이어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지면서 청소년의 SNS 사용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졌다.
부모는 자녀가 SNS에서 왕따를 당하더라도 알아차리기 힘들고, 학교도 SNS에서 이뤄지는 집단 괴롭힘을 통제하기 어렵다. SNS가 대면 소통을 대체하면서 아이들도 친구들과 직접 소통하며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기 어렵게 됐다.
청소년이 SNS를 통해 온라인 도박에 빠지거나 유해 물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SNS로 다른 사람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퍼뜨리다가 자기도 모르게 위법행위를 저지를 수도 있다. 사이버폭력이나 성인 콘텐츠에 쉽게 노출되는 건 물론이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도 자녀들에게 아이패드 같은 스마트 기기 사용을 엄격히 제한했다. 그 대신 자녀와 대화하고 토론하는 데 집중했다. SNS 등 과도한 인터넷 이용의 부정적 영향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규제 범위도 논란이다. 호주는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하면서 교육용 플랫폼이나 계정 없이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 결과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나 중독성 영상이 많은 틱톡, 영미권의 카카오톡 격인 왓츠앱 등이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 청소년이 많이 이용하는 데다 ‘청소년 유해’ 콘텐츠도 적지 않은 서비스가 제외되면서 법안이 반쪽짜리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SNS 금지로 엉뚱하게 피해를 보는 청소년이 생길 수도 있다. 소수집단에 속하거나 외딴 지역에 사는 청소년은 SNS가 주요한 소통 수단이다. SNS에서 도움을 찾는 청소년도 있다. SNS를 일방적으로 막으면 이런 청소년이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 규제하더라도 이런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기준 연령도 논란이 될 수 있다. 호주는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전면 금지하면서 기준선을 ‘16세 미만’으로 정했다. 프랑스는 부모 동의 없는 15세 미만의 SNS 사용을 제한하기로 했고, 미국 플로리다주는 14세 미만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선 청소년의 SNS 사용 제한이 온라인 정보 접근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SNS 사용 제한은 표현의 자유에 저촉될 수 있는 만큼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일방적 금지 대신 청소년에게 사이버폭력 등 SNS 중독의 폐해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온라인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을 교육하는 게 더 나은 건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SNS를 운영하는 플랫폼이 사이버폭력 등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강화하도록 하는 것도 대안이다.
인스타그램은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에서 청소년 전용 ‘10대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유해 콘텐츠 노출이 차단되는 것은 물론 부모가 자녀의 인스타그램 사용 시간을 제한하고, 자녀가 누구와 채팅하는지 알 수 있는 기능이 있다. 한국에서도 내년 1월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주용석 논설위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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