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본인도 음주 운전을 시인했지만, 뒤늦은 고백에 검찰은 그의 음주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게 됐다. 결국 서울중앙지검은 그를 구속기소하면서 도주치상, 사고후미조치, 범인도피교사 등의 혐의만 적용했다. 음주 운전 혐의는 빠진 셈이다.” 지난 5월 있었던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 사건이 연말을 맞아 연예계 소식 톱 10에 들면서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이 사건을 언론은 앞다퉈 전달했다. 그중 한 대목을 주목할 만하다. 마지막 문장의 서술어가 어색하기 때문이다.
우선 ‘셈이다’와 ‘것이다’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국어사전에서는 ‘셈이다’를 어떤 일의 형편이나 결과를 나타내는 말로 설명한다. “이만하면 실컷 구경한 셈이다”처럼 쓴다. 이에 비해 ‘것이다’는 말하는 이의 확신, 결정, 결심 따위를 나타낸다. 어떤 사실을 강조하거나 설명함을 나타내는 데도 쓰인다. “좋은 책은 좋은 독자가 만드는 것이다” 같은 게 그 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두 용법의 차이를 구별하기 힘들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셈’은 수를 헤아리는 것이다. ‘것’은 구체적 사실을 나타낸다. 따라서 ‘셈이다’는 “수를 따져보니 또는 계산해보니 겉잡아 이러저러한 형편 또는 결과더라”라고 할 때 쓴다. ‘헤아리다’란 뜻을 담고 있다. 그래서 대개 무언가에 빗대 말할 때 ‘~하는 셈이다’라고 한다. ‘~하는 것과 같다’라는 뉘앙스로 말할 때 ‘셈이다’를 쓰면 된다. 이에 비해 ‘것이다’는 이미 드러난 사실, 구체적이고 단정적인 내용을 말할 때 쓴다.
이런 기준에 따라 앞 ‘김호중 사건’에 쓰인 ‘셈이다’를 살펴보자. 검찰 기소에서 음주 운전 혐의가 빠진 것은 팩트다. 이미 일어난 구체적 사실이므로 이를 ‘셈이다’라고 하면 어색하다. 셈할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럴 땐 ‘-것이다’로 맺으면 좋다. 이는 앞 문장에서 이미 일어난 사실을 부연해서 설명하는 표현이다. 이보다 더 좋은 것은 곧바로 “음주 운전 혐의는 빠졌다”라고 하는 것이다. 서술부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다. 그것이 힘 있는 표현법이다.
또 하나 간과해선 안 될 게 남용의 문제다. ‘것이다’ ‘셈이다’를 남발하다 보니 군더더기로 쓰일 때가 종종 생긴다. 흔히 앞에서 언급한 내용을 한 번 더 풀어주는 문맥에서 ‘~것이다’를 덧붙이는데, 군더더기일 때가 많다. 가령 “~백지화된 것이다” “~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같은 서술부는 “백지화됐다” “~를 보여주고 있다”라고 하면 훨씬 간결하고 힘 있다.
다음 문장의 ‘셈이다’를 통해 이를 응용해보자.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위해 내년 건강보험 보험료율을 3.49% 올리려던 정부 계획이 노동계와 경영계 등 가입자 단체 반발에 무산됐다. 문재인 케어가 시행 2년도 안 돼 난항에 부딪힌 셈이다.” 이 대목은 건보료율을 올리려던 정부 계획이 가입자 단체 반발로 무산된 상황을 전하고 있다. 이미 구체적 결과가 나왔다. 그러니 이를 전달할 때 “난항에 부딪힌 셈”이라고 하면 어폐가 있다. 겉잡아 헤아리는 상황이 아니다. “난항에 부딪혔다”라고 하면 충분하다. 여기에 ‘~셈이다’를 덧붙일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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