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아파트 14억에 나왔다더니…"앞으로 더 오를 판"

입력 2025-01-06 06:30   수정 2025-01-0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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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34평(전용면적 84㎡) 아파트도 분양가가 14억원에 나왔네요. 내년부터는 친환경 관련 규제가 더 강화된다는데, 앞으로 서울 아파트 분양은 꿈도 못 꾸게 될 것 같아요." (서울 노원구 월계동 '서울원 아이파크'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50대 실수요자)

정부가 올해부터 '제로 에너지 건축물 인증제'를 의무화한다. 아파트를 지을 때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집을 지을 수 있다. 그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사회의 크고 작은 이슈로 공사비가 올라 분양가가 영향을 받았는데, 여기에 더해 제로 에너지 건축물 인증제 도입으로 분양가가 오를 수 있단 전망이다.

3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민간아파트 분양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1907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81만원)보다 13.44% 뛰었다. 국민 평형인 전용면적 84㎡로 환산하면 6억7003만원으로 직전 연도 5억7154만원보다 1억원 뛰었다.

전국 집값을 견인하는 서울만 떼놓고 보면 상승 폭은 더욱 크다.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작년 11월 기준 3.3㎡당 4720만원을 기록했다. 직전 연도 3414만원에서 1306만원(38.25%) 급등했다. 전용 84㎡ 기준 평균 분양가는 11억6076만원에서 16억480만원으로 5억원가량 오른 셈이다.

분양가 상승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제로 에너지 건축물 기준' 강화 때문이다. 정부는 2009년 10월부터 민간 공동주택에 대한 친환경 건설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제로 에너지 건축물은 에너지 자립률에 따라 1~5등급으로 나뉜다. 친환경 추세에 발맞춰 제로 에너지 주택을 늘리기 위해 단계적으로 기준을 강화해 왔다.


오는 6월부터는 해당 기준을 5등급 수준으로 강화한다. 기존엔 1차 에너지(수력·화력·원자력 등)로 얻는 전기를 연간 1㎡당 120kWh 이내로 써야 했지만, 새 기준은 100kWh 이내로 써야 해 기준이 17%가량 강화된다. 나머지 전력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이와 함께 현관문과 창호의 기밀 성능(실내 공기가 밖으로 새는 것을 최소화하는 성능)은 무조건 1등급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기준 강화로 주택 건설 비용이 가구당 약 130만원(전용 84㎡ 기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에선 공사비가 더 오를 것으로 본다. 지난해 공사비 안정을 통한 건설산업 활성화 전략 토론회에서는 제로 에너지 건축물 인증을 의무화했을 때 가구당 293만원(전용 84㎡ 기준)이 높아질 것으로 봤다. 정부가 내놓은 추정치보다 2배 더 높은 수준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동주택에 설치할 수 밖엔 없는 상황"이라면서 "그동안 고려하지 않던 부분이 새롭게 추가되는 것이라 공사비가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제로 건축물 인증 제도가 시행을 앞둔 가운데 이는 공사비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오른 공사비는 분양가에 반영돼 분양가는 더 오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분양가 상승도 문제지만 공사 과정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먼저 공간이 부족하다. 예컨대 태양광 패널을 서울 아파트에 설치한다고 가정하면 수도권과 달리 대규모 택지지구가 없는 서울의 경우 아파트를 짓는 대지 지분 역시 한정적이다. 태양광 패널을 옥상에 설치할 수는 있겠지만 충분한 패널 수를 채우지 못하면 전기를 만들어내는 효율이 떨어진다.

태양광 패널 기업인 신성이엔지 관계자는 "아파트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옥상이 생각보다 넓지 않기 때문에 설치에 따른 효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옥상 대신 벽면을 활용하면 그나마 효율이 괜찮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옥상 대신 벽면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사례가 있지만 외관상 보기가 좋지 않아 거부하는 집주인들도 있다. 한 재건축 단지 집주인은 "미관상 좋지 않아 아파트 벽면에 어두컴컴한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는 걸 원치 않는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의견을 고려해 미학적인 요소를 더한 태양광 패널을 선보였다. 신성이엔지의 경우 '보기에 좋은' 태양광 패널인 '건물 일체형 태양광'(BIPV) 모듈을 개발했지만 문제는 일반 태양광 패널보다 효율이 소폭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신성이엔지 관계자는 "일반 태양광 모듈의 발전효율은 통상 15~20% 수준인데 신성이엔지의 솔라스킨(BIPV)의 경우 현재 10~13% 수준으로 효율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발전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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