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틱틱붐’은 이런 고민에 초조해하는 한 젊은이의 이야기다. 뮤지컬 ‘렌트’를 만든 천재 작곡가 조너선 라슨의 자전적 작품. 주인공 존은 몇 년째 브로드웨이 무대에 자신의 작품을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작곡가 지망생이다. 낮에는 생계를 위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고 밤에는 곡을 쓴다. 그러는 사이 가장 친한 친구는 성공한 사업가가 됐고, 여자친구는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를 조언한다. 서른 번째 생일을 앞둔 존의 머릿속에서는 시계 초침 소리가 째깍째깍 울린다. 틱…틱…틱.
작품 내내 존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통스러워한다. 어떤 대단한 사건이나 극적인 문제 해결이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이 역경을 이겨내고 브로드웨이 뮤지컬 작곡가라는 꿈을 마침내 이룬다는 동화적인 해피엔딩도 없다.
그럼에도 작품은 희망을 심어준다. 어떻게든 기적적으로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막연한 약속을 하지 않는다. 대신 두려움을 마주하고 꿈을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사람들과 공감하고, 그 과정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행복을 잊지 말자는 담담하지만 따뜻한 메시지가 담겼다.
이 작품의 힘은 라슨의 음악적 센스에서 나온다. 소박한 이야기에 노래와 대사가 물 흐르듯 이어져 리듬을 더해준다. 감정 변화와 서사가 농축된 가사가 등장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진하게 객석에 전한다. 곡의 구성에서 라슨의 천재적 작곡 능력이 보인다. 록 음악이 큰 줄기를 이루지만 감미로운 멜로디의 발라드와 재즈까지 많은 장르가 어우러져 다채롭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느끼는 짜증과 답답함을 표현한 곡 ‘선데이’에서는 “진상들 ~ 집에서 처먹지~ 왜 기어나와~” 같은 거친 대사를 감미로운 화음으로 쏟아내는 해학도 돋보인다.
평범한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고 재치 있게 표현한 작품. 특히 작품의 하이라이트이자 마지막 곡인 ‘라우더 댄 워즈(Louder Than Words)’는 감미로운 멜로디와 가사가 가슴을 벅차오르게 한다. 미리 곡을 귀에 익혀두고 공연을 감상하면 이 곡이 나오는 마지막 장면을 기다리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공연은 내년 2월 2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열린다. 티켓 가격은 7만~11만원.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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