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소소한 통찰] 정치 이슈와 톱스타 연예인

입력 2024-12-22 17:09   수정 2024-12-2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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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정치인인가요? 목소리를 왜 내요.”

최대 팬덤을 지닌 연예인인 가수 임영웅이 난데없는 논란에 휩싸였다. 어지러운 시국에 관한 목소리를 내달라는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에 위와 같이 대응한 게 알려지면서다. 이 언사에 대한 반응은 둘로 나뉜다. 딱히 틀린 말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런데 임영웅에게 DM을 보낸 이가 원한 말은 아니었다. 주고받은 DM을 공개했고,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측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임영웅과 대조되는 행보를 보인 연예인도 있다. 가수 겸 배우 아이유는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하는 팬들을 위해 곳곳의 식당에 ‘선결제’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보도를 확인하는 소속사 공지도 나왔다. 소녀시대 유리, 뉴진스 등도 탄핵 시위에 나선 이들을 위한 식음료를 제공하고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이런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던 탄핵 반대 측은 아이유가 광고하는 기업의 상품을 불매하는 운동을 촉구했다.

톱스타가 정치적 이슈 때문에 비판 대상에 올랐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임영웅과 아이유 사례에는 차이점이 있다. 임영웅은 통상 비공개로 처리되는 개인 채널로 메시지를 보냈는데, 아이유는 소속사 이름으로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전자가 괜한 비밀이 까발려진 듯한 느낌을 주면서 대중의 관음적 속성을 자극한 데 비해 소속사가 앞장선 후자는 곡해될 여지도 적고, 가수 개인에 대한 공격도 완충 작용을 거쳐 무뎌졌다. 메시지를 전하는 대상도 팬클럽 회원을 먼저 내세웠고 말이 아니라 실물 혜택을 제공한 점도 차이였다. 물리적 실체가 있는 무언가를 받은 이들은 ‘원군’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비슷한 행동을 하는 이들이 잇달아 나타났다.

거의 모든 나라에서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면서 어떤 사회적 이슈이건 찬반 갈등이 더욱 첨예하게 나타나고 있다. 기업이 정치·사회 이슈에 거리를 두고 침묵을 지키는 게 예전에는 당연시됐다. 이제는 대중이 의사를 밝히라고 요구한다.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쪽에서는 욕먹는 걸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를 경감할 방법을 위에 든 한국을 대표하는 두 슈퍼스타의 사례에서 소소하게 얻을 수 있다. 우선 개인으로서 의사를 표현하는 건 자제하는 게 좋다. 의사 표현을 할 수밖에 없다면 팬을 1차 대상으로 해서 그들의 지원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이와 함께 말 이상의 물리적으로 느낄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해야 하고 동료 중에 함께할 수 있는 원군을 만들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게 있다. 확실한 자기 생각을 정립하는 것이다. 특정 이슈에 대한 관점과 태도가 왔다 갔다 하는 건 최악이다. 그건 자기 팬을 포함해 모두를 반대편으로 돌리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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