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 현대 신세계 등 국내 3대 백화점의 매출 증가율이 이달 들어 일제히 10% 수준에 이르렀다. 현대백화점 매출이 지난 19일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0.8% 뛰었고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10%가량 매출이 늘었다. 매출 증가세는 패딩 등 겨울 패션 상품이 이끌었다. 3대 백화점의 아웃도어 브랜드 매출이 20~30% 급증했다. 한 백화점 아웃도어 담당자는 “12월 들어 기온이 확 떨어진 덕분에 아우터 판매가 크게 늘었다”고 했다. 서울 기준 하루평균 기온은 이달 초만 해도 영상 5~6도 수준이었는데 중순부턴 영하 1도~1도로 떨어졌다. 지난주엔 닷새간 영하권 날씨였다. 11월 따뜻한 초겨울 기온으로 인해 사람들이 미뤄온 겨울옷 구매를 이제야 본격 시작했다는 것이다.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뒤 사회적 불안감이 다소 낮아진 것도 소비심리 개선에 영향을 주고 있다. 탄핵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 14일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크리스마스 명소로 입소문이 난 더현대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신세계 강남점 등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연말 소비심리 회복은 선물 수요 증가에서도 확인된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시계, 보석 관련 매출이 이 기간 35% 안팎 뛰었다. 한 유통사 관계자는 “시계, 주얼리 매출은 고소득층이 주도하는데, 관련 매출 증가는 부자들이 지갑을 다시 열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도 백화점 매출을 견인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환율 부담 탓에 해외여행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들이 백화점 소비를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월 한때 130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1450원을 넘나들고 있다. 2022년 1400원을 넘었을 때도 해외여행 감소로 백화점 매출이 크게 증가한 바 있다.
백화점 매출 개선이 전반적 소비 개선을 의미하진 않는다. 면세점은 이달 들어서도 내국인 매출이 20% 안팎 감소했다. 명동 홍대 등 서울 주요 관광지에선 외국인 관광객 감소세가 뚜렷하다. 서울 주요 호텔은 예정된 연회 취소가 줄을 잇고 있고, 객실 예약 취소율도 크게 뛰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