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2는 기아에서 현재 가장 작은 전기차인 EV3보다 작은 엔트리급 전기 SUV다. 전장 4000㎜, 휠베이스 2555㎜ 정도다. ‘가성비’로 승부하는 중국 전기차를 겨냥해 삼원계(NCM) 배터리보다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한 모델을 추가한 게 특징이다. LFP 모델 가격은 2만~3만유로(약 3000만~4500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1회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는 LFP 모델 300㎞, NCM 모델 440㎞다.
EV2의 라이벌은 비야디(BYD) 돌핀(2만9900유로), 미니 일렉트릭(3만7000유로), 푸조 e-2008(3만8000유로), 폭스바겐 ID.2(2만5000유로) 등이다. 테슬라가 2만달러대에 내놓겠다고 선언한 모델Q와 최근 도요타가 중국에서 출시한 bZ3X도 잠재적 경쟁자다.
기아는 EV2가 가격과 품질 측면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한다. 유럽을 휩쓸고 있는 중국 전기차에 45% 상계관세가 부과되면 상대적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중국산 전기차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2020년 2.9%였던 유럽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올 상반기 18.2%로 끌어올렸다. 그 여파로 거의 모든 완성차 업체의 점유율이 하락했다. 기아도 올 들어 11월까지 판매량(49만 대)이 작년 동기보다 8.1% 줄었다. 회사 관계자는 “유럽에서 최근 출시한 EV3에 이어 내년 초 EV2가 투입되면 소형 전기차 시장에서 기아가 가장 가성비 있는 브랜드가 될 것”이라며 “4년 뒤 유럽 판매량 80만 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략 모델을 추가로 내놓을 계획”이라고 했다.
내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주춤해질 것이란 예상에도 기아가 글로벌 ‘빅2’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그만큼 기아의 품질과 브랜드 파워가 높아졌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 고위 관계자는 “자동차 경쟁력의 핵심은 ‘잔존가치’에 달렸고, 이는 중고차 가격으로 결정된다”며 “제품 품질과 애프터서비스, 딜러망 등의 총합인 중고차 가격 측면에서 기아는 중국 업체나 웬만한 미국·유럽 브랜드보다 낫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JD파워가 발표한 잔존가치에서 텔루라이드가 4년 연속 1위로 선정되는 등 기아 브랜드의 잔존가치는 최근 몇 년 새 크게 상승했다.
김재후/김진원 기자 hu@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