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공범'은 허용, '이재명 안 된다'는 금지한 선관위

입력 2024-12-22 17:44   수정 2024-12-23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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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에 특정 문구를 사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국민의힘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의 해묵은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양쪽은 특정 문구 허용 기준을 놓고 2020년 총선부터 주요 정치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다퉈왔다.

이번에는 부산 수영구에서 국민의힘과 조국혁신당이 내건 문구를 놓고 갈등이 빚어졌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의 지역구인 이곳에서 조국혁신당은 최근 ‘정연욱도 내란공범’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이에 정 의원은 ‘그래도 이재명은 안됩니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게시하려고 했지만 선관위가 불허했다.

선관위는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져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재명은 안된다’는 문구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연욱도 내란공범’이라는 문구와 관련해서는 “총선까지 3년 이상 남은 만큼 선거에 대한 영향이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반발하고 나섰다. 서지영 원내대변인은 22일 “선관위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캠프냐”며 “정치적 중립성을 내팽개치고 이 대표를 위해 사전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헌법재판소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탄핵소추안 인용에 따른 조기 대선을 가정하고 판단한 것도 공정성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양측은 선거 때마다 갈등을 빚어 왔다. 2020년 총선에서 선관위는 당시 야당이던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민생 파탄, 투표로 막아주세요’ 플래카드가 정권과 여당에 대한 공격으로 비칠 수 있다며 불허했다. 반면 민주당의 ‘100년 친일청산’ 플래카드는 용인했다. 2021년 재·보궐선거에선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국민의힘 플래카드를 막고, 2022년 대선에서 ‘청와대를 굿당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는 민주당의 문구는 허용했다.

선관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올해 4월 총선에선 야권의 ‘윤석열 정권 심판’ 플래카드를 불허하는 등 특정 정치 세력에만 규제를 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만 논란이 확산하면서 선관위는 23일 전체회의를 열어 문구 허용 여부 등을 재논의하기로 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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