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이체로 지하철 요금을 지불하는 방법이 '현금 없이 지하철 타는 법'으로 악용되면서 원천 금지가 추진된다.
23일 서울교통공사는 내년 1월 20일부터는 계좌이체로 지하철 요금을 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사는 현금인출기가 설치되지 않은 상황 등에서의 승객 편의를 고려해 2022년 1월 14일부터 하차 역에서 계좌이체로 요금을 지불할 수 있도록 해왔다.
하지만 3년여의 운영 결과 부정 승차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 인터넷 포털에 '현금 없을 때 계좌이체로 지하철 타는 방법' 등의 내용이 무분별하게 유포되기도 했다.
공사 측은 승차권·현금을 소지하지 않은 승객이 하차 역에 계좌이체를 하겠다고 고지하지 않고 무임승차 하는 경우, 또는 승차 역을 속여 실제 운행 거리보다 요금을 적게 내는 경우 등이 비일비재했고, 무임 승차한 승객을 단속할 때도 계좌이체를 하려 했다는 변명을 하면 단속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었다며 계좌이체 요금 지불을 금지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수도권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13개 관련 기관도 지난해 8월 계좌이체 제도 폐지에 원론적으로 합의했다. 특히 계좌이체를 허용하는 교통공사, 한국철도공사, 공항철도와 그렇지 않은 기관 간 수입금 배분을 두고도 이견이 발생했고, 업무가 가중된다는 내부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1만 2155건이었던 계좌이체 건수가 제도 홍보로 지난해 4만 1870건, 올해 3만 1229건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더불어 계좌이체 입금액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되고, 승차권·현금 미소지 승객이 당연한 권리처럼 비상 게이트에서 직원을 호출해 일단 지하철에 탑승하겠다고 주장하는 등 직원·승객 간 마찰도 빚어졌다. 더불어 직원 간에도 누구는 계좌이체를 허용하고 누구는 허용하지 않는 등 업무에 혼선도 빚어졌다.
결국 공사는 장기적인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제도 폐지를 결정했다.
다만 공사 발매기 등 역무자동화기기 고장으로 승객이 승차권을 정상 구매할 수 없는 경우, 정전(전기공급 중단) 등으로 승객이 승차권을 정상 구매할 수 없는 경우, 임산부·수험생 등이 지하철을 이용할 때 역장 판단으로 계좌이체가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계좌이체를 허용할 방침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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