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벤처 시장은 혹한기를 벗어났다. 신규 투자액이 다시 늘었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회복세가 뚜렷했다. 하지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졌다. 유망 스타트업에만 투자가 몰렸다. 초기 벤처 기업은 기회가 크게 줄었다는 지적이다. 내년엔 대형 벤처캐피털(VC) 중심으로 투자는 늘겠지만, 전체 투자 규모는 올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벤처 투자를 업종별로 보면 ICT 서비스 분야와 전기·기계·장비 분야가 1년 전보다 각각 46.8%와 24.4% 증가했다. 반면 영상·공연·음반 분야는 전년 대비 52.6% 감소했다. ICT 제조 분야는 전년보다 7.8% 줄었다.
전체 벤처 투자는 늘었지만, 업력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업력 5년 초과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1년 전보다 27.4% 늘었다. 업력 3년 이상 7년 이하의 벤처 기업이 확보한 투자금은 같은 기간 19.5% 증가했다. 반면 창업 3년 이하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전년 대비 24.8% 감소했다.
올해 거액을 투자받은 기업 상당수는 딥테크 분야에서 성과를 낸 기업이다. 반도체 성능을 높여주는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Compute eXpressLink) 개발사 파네시아는 시리즈A(사업화 단계)로 8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CXL 전문 기업인 메티스엑스도 6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는 시리즈B(사업 확대 단계)에서 1000억원을 투자받았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딥엑스는 1100억원의 투자금을 추가로 확보했다.
DSC인베스트먼트는 2000억원 이상 규모의 펀드 조성을 추진 중이다. 최근 과학기술인공제회 출자금 300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DSC인베스트먼트는 2022년 2480억원 규모의 ‘디에스씨홈런펀드제1호’를 조성했다. 이번에 준비하는 펀드 이름도 ‘디에스씨홈런펀드제2호’다.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대표 펀드매니저로 참여한다. DSC인베스트먼트는 올 5월 3000억원 규모의 세컨더리 펀드 ‘디에스씨세컨더리패키지인수펀드1호’를 결성하기도 했다.
LB인베스트먼트도 3000억원 규모의 대형 벤처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LB인베스트먼트가 2022년 2800억원 규모로 결성한 ‘엘비혁신성장펀드Ⅱ’ 이후 가장 큰 규모다. LB인베스트먼트가 만든 역대 최고 규모 펀드는 2020년 3106억원의 ‘LB넥스트유니콘펀드’였다. LB인베스트먼트는 최근 산업은행의 AI코리아펀드 출자 사업의 운용사로 선정되면서 600억원을 확보했다. LB인베스트먼트는 5월 아랍에미리트(UAE) 벤처투자사인 AIM글로벌재단과 한국 벤처 투자를 위한 합작사를 설립했다.
대외 변수의 영향도 크게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정책 변화가 VC의 투자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기준금리도 변수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 9월에 내년에 4번 기준금리를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Fed는 지난 18일 올해 마지막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통해 내년 기준금리를 2번만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면 VC의 투자금 확보가 예상보다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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