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23일 11:5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차바이오텍 주가가 하한가에 근접했다. 2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하자 지분 희석 우려가 커져서다. 소액주주는 유상증자 철회를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23일 차바이오텍 주가는 오전 11시 17분 기준 전거래일보다 26.99% 하락한 1만86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금요일 차바이오텍이 25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증자를 결정하면서 지분 희석 우려가 커져서다. 발행주식 총수의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소액주주들은 그동안 회사 측에 문의할 때마다 “추가 유상증자는 없다”고 약속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차바이오텍 소액주주 연대는 회사에 유상증자 철회를 요구하고 금융감독원에 유상증자 반려 요청서 등을 보낼 예정이다. 주주 반발에도 불구하고 유상증자가 진행될 경우 주가 하락과 관련된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소송을 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를 통해 의결권 확보에도 나섰다.
앞서 차바이오텍은 올해 5월 상환전환우선주(RCPS) 445억원, 전환사채(CB) 104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BW) 200억원 등도 발행했다. 올해만 3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하면서 주주들의 불만이 더욱 커졌다는 평가다.
차바이오텍은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자금의 절반가량은 차헬스케어와 미국 마티카홀딩스 등 해외 자회사에 투입할 계획이다. 해외 의료사업을 총괄하는 차헬스케어가 2027년 상장을 준비하는 가운데 글로벌 사업에 더욱 힘을 주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향후 차헬스케어가 상장하고 나면 차바이오텍 주주는 자금만 대고 성장 과실은 차헬스케어가 가져간다는 게 소액주주들의 주장이다.
이번 증자에 최대주주가 배정 물량을 100% 소화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주주 불만에 기름을 끼얹었다. 차바이오텍의 최대주주는 차광렬 차바이오그룹 총괄 회장이다. 차 회장 및 특수관계인은 차바이오텍 주식 1769만8065주(지분율 30.06%)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유상증자의 배정 수량 695만7983주 중 40% 이상에 해당하는 278만3193주 이상 참여하겠다고 공시했다.
일각에선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효력 심사를 통과하기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금감원은 고려아연을 시작으로 이수페타시스, 현대차증권 등 주주 반발이 거센 유상증자에 대해 정정 신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금감원은 중요 사항을 거짓 기재했거나 내용이 불분명한 경우 정정 신고서를 요구한다. 과거에는 통상적 절차로 여겨졌으나, 고려아연이 금감원의 정정 요구 이후 유상증자를 철회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물밑에서 자진 정정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공개적으로 정정 요구를 하는 사례가 늘었다”며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기업의 부담이 더욱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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