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을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촉구 집회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통업계로 불똥이 튀었다. 정치인 또는 연예인과 엮인 기업들이 '불매 리스트'로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타격은 유가공 업체 푸르밀이 받았다.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를 공개적으로 반대해온 윤상현 의원의 처가로 알려지면서다. 윤 의원은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넷째 남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 막내딸 신경아 씨와 2010년 재혼했다. 윤 의원은 1985년 전두환의 외동딸 전효선 씨와 결혼했으나 2005년 이혼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검은콩 좋아했는데 잘가라", "영원히 기억하고 불매할게" 등의 의견과 함께 푸르밀의 제품 이미지와 리스트를 공유하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굽네치킨도 불매 리스트에 올랐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굽네치킨 창업주인 홍경호 회장의 형이다. 홍 수석은 닭 가공·유통업체 '크레치코'를 창업하기도 했다. 크레치코는 굽네치킨에 닭을 공급하고 있다.
이외에도 뷰티 브랜드 정샘물, 패션 브랜드 글로니 등도 불매운동 관련 브랜드로 포함됐다. 브랜드 정샘물을 운영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은 윤 대통령의 SNS 계정을 팔로우하고 윤 대통령이 올린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른 것이 밝혀지면서 비판을 받았다. 현재는 팔로우하지 않고 있다. 네티즌들은 "정샘물이 윤 대통령을 팔로우할 자유가 있듯, 우리도 불매할 자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커지자 정샘물은 게시글의 댓글 형태로 "당연히 이번 계엄령에 대해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참담함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니는 선거 기간 공식 SNS 계정에서 빨간색의 키티가 손가락으로 '2'를 표시하는 이미지를 올렸다. 이를 두고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생겼다.
글로니는 논란 직후 SNS 스토리를 통해 "해당 이미지는 정치적 의도나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다"라며 "캐릭터의 동작 또한 정치적 의미가 없고, 어떠한 정치적 성향도 드러내지 않았다. 저희 브랜드는 정치적 중립을 지향하며, 향후 콘텐츠 게시 시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고 해명했다.
반면 탄핵 촉구 집회에 후원했다는 이유로 불매리스트에 포함된 연예인도 있다. 가수 아이유는 지난 13일 집회가 열리는 여의도 인근 음식점 5곳에 선결제를 했다고 밝혔다. 사실이 알려지자 여권 지지자들은 아이유와 모델 계약을 맺은 기업 목록을 공유하면서 "아이유를 불매하자"고 강조했다.
다만, 박은식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아이유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 전 비대위원은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아이유가 탄핵 찬성 집회에 후원했다는 기사를 보고 진심으로 슬펐다"라며 "이전엔 정치색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일부 보수우파분들께서 불매운동을 하시는데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런 상황일수록 보수우파가 더욱 매력 있는 집단이 돼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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