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 사건 신속 종결! 가해자 사직부터 시켰다간…

입력 2024-12-2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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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팀 부장 B는 본인의 업무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리 A에게 지속적으로 폭언을 했고, 그 정도가 점점 심해져 폭행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이에 A는 더이상 견딜 수 없어 인사팀에 B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습니다.

조사 결과 B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함은 명확했으며, 특히 ‘직장 내 지속적인 폭언 및 폭행’은 회사 취업규칙 상으로 명백한 중징계 사유에 해당하기도 했습니다.

인사팀장은 사건을 담당하게 된 시점부터 빨리 결론을 내고 처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던 와중에 B에게 사직 의사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A와 면담하는 과정에서 A가 불가피할 경우 일정 정도 비밀이 공개되는 것도 감수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고, B에 대한 징계절차를 진행하지 말아 달라는 말을 먼저 꺼내지 않았음에도, A에게 공식적인 징계절차에 회부될 경우 피해가 공개될 염려가 있다는 점만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B의 무징계 사직에 동의할 것을 강권하였습니다.

결국 회사는 어떠한 징계절차도 거치지 않고 B의 임의사직을 승인해주었습니다. 사례에서 회사는 행위자 B에 대한 필요한 조치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 있을까요?


최근 직장 내 괴롭힘 사건 발생 시 회사와 담당자들이 그 해당 여부를 확인하고 빠르게 마무리하는데 매몰되어, 발생 사실이 확인된 후 행위자에 대한 필요한 조치의무, 피해근로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의무와 같은 사후적인 조치의 이행을 ‘형식적’으로 진행하려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위 사례는 이 중에서도 회사가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5항에 따라 행위자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했는지가 특히 문제됩니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는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하여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하여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라고 규정하며(제76조의3제5항), 이를 위반하는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습니다(제116조제2항).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5항과 동일하게 행위자에 대한 필요한 조치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5항 위반 여부에 관해 최근 대법원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5항은 필요한 조치로 반드시 징계절차만을 강제하는 것은 아니고, 관련 실무매뉴얼 등에 따르더라도 비공식절차를 통한 분쟁해결이 배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나, 이러한 경우에도 피고로서는 직장 내 성희롱 사건 해결을 위해 마련된 다양한 법제도 및 직장 내 제도와 절차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신고인이 처한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한 선택지를 제공하여 신고인 스스로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가장 만족할 수 있는 방식을 생각하여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공식적인 절차를 이용하게 될 경우 비공식절차에 비해 일정 정도 비밀유지에 어려움이 생길 수는 있으나, 피고는 비밀유지를 위해 각별한 주의를 다하여 노력할 의무가 있다.”라고 판시했습니다. 또 위 사례와 유사하게 행위자의 행위가 명백한 징계사유에 해당함에도 피해근로자로 하여금 행위자에 대한 무징계 사직을 받아들일 것을 사실상 강권한 후 징계절차를 생략하고 행위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아 임의사직으로 처리한 경우에 대해 “회사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5항의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라고 판단한바 있습니다(대법 2024. 11. 14. 선고, 2023다276823 판결).

이에 비추어보면 사례의 회사 또한 행위자 B에 대한 필요한 조치의무를 다하였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사례와 같은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서 회사는 피해근로자에게 공식적인 징계절차를 거치게 되는 경우 발생하는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비밀보장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기울이는 등의 조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근로기준법에서 징계를 행위자에 대한 필요한 조치 중 하나의 예시로 규정하는 점, 고용노동부 역시 피해근로자가 행위자에 대한 징계를 원하는 경우 회사는 그 의사를 참조해야 하나 반드시 피해근로자가 원하는 내용대로 조치할 의무는 없다고 회시하는 점(근로기준정책과-6469, 2019. 12. 24. 등 참조) 등을 고려할 때, 회사가 모든 사안마다 행위자의 사직을 거부하며 징계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처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피해근로자의 피해상태 회복과 인격권이 보호되는 근무환경의 확립인만큼, 회사는 사건의 빠른 마무리에 매몰되지 말고 사안마다 적절한 방법을 모색하여 위 목적 달성을 위한 ‘실질적’인 사후조치까지 잘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정다예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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