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상풍력발전 시장에 밀려 들어오는 중국 자본은 우리나라에 이 같은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다. 정부는 0.125GW 규모인 해상풍력 시장을 2030년 100조원(14.3GW), 2036년 188조원(26.7GW)대로 키울 계획이다.
정부와 대부분의 사업자는 중국 의존도를 높이는 것이 소탐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 자칫 국내 해상풍력 관련 산업 전체를 통째로 중국에 넘겨줄 수 있어서다. 중국은 한 번 해상풍력 사업을 따내면 ‘개발·운영-제조-금융’의 전 주기를 자국 산업과 자본으로만 구성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해상풍력 사업비에서 발전 터빈과 전선이 차지하는 비중만 각각 35%와 15%”라며 “우리 스스로 35조원과 15조원 규모의 발전 터빈과 전선 산업을 키울 기회를 줘버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풍력발전기를 생산하는 데는 철강, 해상풍력 건설사업에는 해상풍력설치선박(WTIV)이 필요하다. 철강은 중국의 저가 공세로 경쟁력이 약화됐다. WTIV는 한국 조선업계가 세계 1위를 지키는 분야다. 해상풍력 시장을 중국에 내주면 철강 조선 같은 연관 산업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산업계가 우려하는 이유다.
에너지 공기업들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산업인 해상풍력의 비중을 늘리려 하고 있다. 하지만 부채비율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공공기관운영법에 발목이 잡혀 있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기업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한 금융 조달을 할 때 부채비율이 늘어나는 부담을 어떻게 해소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풍력발전기의 핵심 설비인 발전 터빈 분야에서 국내 양대 제조사인 두산에너빌리티와 유니슨의 점유율은 28%에 불과하다. 세계 풍력발전 터빈 시장의 추세가 15㎿급으로 대형화하면서 국산 터빈은 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유니슨의 기술력이 4㎿급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새로 채택된 발전기 터빈만 놓고 보면 국내 제조사 점유율은 17%로 더 줄어든다.
가장 심각한 분야는 외국계가 독점하는 금융 부문이다. 발전사업자들은 자기자본 10%와 PF 대출 90%로 해상풍력 사업의 자금을 조달한다. 2030년까지 우리나라에서 90조원 규모 해상풍력 금융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 연기금은 경험 부족과 리스크를 이유로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올해 4월 산업은행과 시중은행이 2030년까지 9조원 규모의 신재생에너지펀드를 결성해 90% 이상을 해상풍력에 투자하기로 했지만 전체 시장의 10%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사업비가 8조~10조원인 가덕도신공항과 달빛고속도로 건설에는 혈세 낭비 논란이 뜨거운데 100조원짜리 시장이 해외로 넘어가는 것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정영효/이슬기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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