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전 거래일보다 75전 상승한 1452원15전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지난 19일 이후 3거래일째 1450원을 웃돌았다. 23일 환율은 역외 환율을 반영해 전 거래일 종가보다 5원40전 내린 1446원에 개장했다. 오전 11시30분께 1450원을 넘어섰고 장 막판까지 상승 폭을 확대해 19일 연고점(1453원)에 바짝 다가섰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연말까지 환율이 강보합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국내 정치권에서 또 돌발 사태가 발생하거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곧바로 강력한 정책을 꺼내 들면 환율이 달러당 1500원을 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장 초반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수세로 횡보하던 환율이 상승한 이유는 장중 위안화가 약세로 돌아서면서다. 이날 달러·위안 환율이 장 초반 7.28위안대에서 7.30위안대로 급등하고 달러·엔 환율이 156엔대 중반으로 오르자 원·달러 시장에서도 강한 달러 매수세가 나타났다.
이날 중국·일본 증시 역시 소폭 상승했으나 중국은 채권 시장에서 단기 국채 수익률 하락이 지속됐고, 일본에선 헤지펀드들이 옵션 시장에 몰려가 엔화 약세에 베팅하며 환율이 상승했다. 사가르 삼브라니 노무라증권 런던지사 파생상품 담당자는 블룸버그통신에 “미국 중앙은행(Fed)과 일본은행(BOJ)의 기대치 차이로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60엔까지 상승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위안화 약세는 원화 환율 관리에 특히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를 활용해 위안화 헤지 거래를 하는 탓에 원화와 위안화의 달러화 대비 환율은 높은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한·중 간 높은 무역 의존도에 따른 환율 상승 우려도 상당하다. 중국 내수 부진과 저가 수출 공세는 한국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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