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 오르면 금값은 내린다.’ ‘안전자산이 오르면 위험자산은 내린다.’
지난 수십 년간 재테크 시장에서 통용되던 전통적 논리가 무너진 한 해였다. 안전자산인 금과 위험자산인 비트코인, 미국 주식이 동반 랠리를 펼치고 달러 가치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등 ‘에브리싱 랠리’가 펼쳐졌다. 하지만 한국 주식은 오히려 투자자에게 8% 넘는 손해를 안겼다.
수익률 2위는 금(24.87%) 현물이 차지했다. 금과 달러는 지난 10년간 역의 상관관계를 기록해왔다. 금 등 원자재는 대부분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절하하면 달러로 표시된 원자재 가격은 상승한다. 그러나 올해는 미국의 강한 경제에 힘입어 달러인덱스가 6% 상승하는 동안 금도 크게 올랐다. 금의 구조적 수요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국이 러시아를 상대로 달러 자산을 무기화하자 신흥국 중앙은행은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금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중동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불안정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올 한 해 내내 금 가격을 자극했다.
미 S&P500지수는 23% 상승하며 수익률 3위를 기록했다. 알파벳 엔비디아 테슬라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빅테크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미국 경제도 꾸준한 호황으로 증시 랠리를 뒷받침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등 전통 제조업을 미국 내로 끌어들이려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도 미 증시와 경제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이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 건 한국 코스피지수였다. 올해 들어 8.26% 하락했다. 1년 정기예금(3.65%)보다도 못한 수익률을 낸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급격히 국내 증시를 이탈한 점이 컸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등의 영향으로 배터리업체들의 주가가 급락했고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 경쟁력에서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뒷걸음질 쳤다. 지난 8월 이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20조8730억원어치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주가는 36% 급락했다.
7월 이후 트럼프의 고강도 관세 정책까지 부각되면서 수출 기업 위주로 구성된 국내 증시의 하락세는 가팔라졌다. 수출과 내수가 동반 부진에 빠진 한국 경제와 뜨겁게 달아오른 미국 경제의 간극이 커지며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넘겼고, 외국인의 국내 증시 탈출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지수가 하락할 때마다 저가 매수에 나서던 개인투자자마저 고수익을 안겨주는 미국 증시로 떠나자 수급은 급격히 얇아졌다. 이달 초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까지 겹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은 심화했다. 김 센터장은 “주식순자산비율(PBR)이 0.85배 수준까지 떨어진 한국 증시는 역사적 저평가 국면에 진입했다”며 “당분간 마땅한 호재를 찾기 힘들지만 싼 가격이 부각돼 반등 타이밍이 의외로 빨리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심성미/이시은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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