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증시에 투자한 외국인은 현대차, 기관은 신한지주를 가장 많이 매수하면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 관련주에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은 주가가 내리막을 걸은 대장주 삼성전자 '줍줍'(저가매수)에 역대급 매수세를 쏟아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4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현대차를 2조7740억원어치 순매수해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많은 규모로 사들였다.
현대차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밸류업 정책 기대감에 따른 저평가 매력까지 겹치면서 외국인들의 관심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외국인의 이 같은 매수세에 지난 6월 주가가 29만원대까지 뛰면서 연초 대비 주가가 47.17% 올랐으나, 최근에는 내년 경기 둔화 우려에 다시 21만원대로 내려왔다.
외국인은 현대차에 이어 SK하이닉스(1조5550억원), HD현대일렉트릭(1조3540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1조2320억원), 삼성물산(1조2280억원), 크래프톤(1조180억원) 순으로 많이 샀다.
반면 외국인은 이 기간 삼성전자를 10조3020억원어치 순매도하면서 가장 많이 팔았다. 이어 LG화학(-2조5630억원), 삼성SDI(-2조3190억원), 셀트리온(-7880억원), POSCO홀딩스(-5180억원), 오리온(-4880억원) 순으로 많이 내다팔았다.
외국인은 올 8월까지 누적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25조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9월부터 순매도로 돌아서면서 전날까지 올해 누적 순매수는 1조480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그런데 이 순매도의 대부분이 사실상 삼성전자 보통주 한 종목이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9월 이후 외국인의 순매도 금액은 19조8115억원인데 삼성전자 보통주에 대한 외국인 순매도가 18조9767억원(약 96%)이다.
박소연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거의 팔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내년을 내다보는 지금 지나치게 비관적 시각에 매몰되면 안 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기관 투자자는 올해 밸류업 관련주를 집중적으로 담았다.
기관은 올 들어 전날까지 신한지주(1조1420억원)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이어 셀트리온(8680억원), LG화학(7580억원), 하나금융지주(7020억원), POSCO홀딩스(6960억원), 메리츠금융지주(6650억원) 순이었다. 금융주는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로 정부의 밸류업 정책의 핵심 수혜 업종으로 꼽혀왔다.
기관 역시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로 올 들어 전날까지 3조7920억원어치의 주식을 매도했다. 기관은 SK하이닉스도 2조4160억원 내다팔았다. 이어 HD현대일렉트릭(-7450억원), 한화오션(-5240억원), 네이버(-5190억원) 순이었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올 들어 삼성전자 '줍줍'에 집중했다. 이 기간 개인은 삼성전자를 12조460억원 쓸어담았다.
올해 7만8000원대에서 거래를 시작한 삼성전자는 지난 7월 뒤늦게 고대역폭메모리(HBM)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품질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주가를 8만8000원 수준까지 끌어올렸으나, 기술 경쟁력에 대한 시장의 의문에 대해 경영진이 '사과문'까지 내놓는 등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지난달 주가가 4만원대까지 내려오기도 했다.
다만 개인은 삼성전자가 내년 하반기 차세대 HBM인 'HBM4' 양산 준비에 돌입할 예정인 데다, 회사 시가총액이 청산가치 이하로 떨어지는 등 과도하게 저평가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개인은 삼성전자에 이어 삼성SDI(2조3180억원), LG화학(1조6160억원), SK하이닉스(7890억원) 등 반도체·2차전지·화학 업종에 대한 매수에 집중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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