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탈달러' 견제: 금, 스테이블코인 그리고 비트코인[비트코인AtoZ]

입력 2025-01-06 15:27   수정 2025-01-0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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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가상자산 분야에서의 움직임이 돋보이는데 아래는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주요 변화이다.



흥미로운 점은 트럼프의 당선이 비단 미국 가상자산 업계뿐 아니라 세계 화폐 질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트럼프는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국가들이 탈달러를 위한 새로운 화폐 시스템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강력히 경고했다.

그는 본인의 트루스 소셜 계정을 통해 “BRICS가 새로운 화폐를 만들거나 달러를 대체하려는 시도를 한다면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선언하며 미국 패권 유지를 위한 단호한 대응을 예고했다.

BRICS와 트럼프 정부 간의 이러한 긴장은 탈달러를 둘러싼 글로벌 금융질서에 금, 스테이블코인, 비트코인이라는 세 가지 중요한 자산의 역할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들 자산은 각각 새로운 금융질서 속에서 달러를 보완하거나 도전하는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BRICS의 탈달러 전략: 다각적 접근

BRICS 국가들은 글로벌 경제에서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요 전략은 금 보유 확대, 달러 및 미국채 비중 축소, 국제 무역에서 BRICS 화폐 사용, 국가 주도의 새로운 화폐 시스템 개발, 그리고 가상자산 활용으로 요약된다.

1. 금 보유 비중 확대
금은 BRICS의 탈달러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BRICS 국가들은 현재 전 세계 금 보유량의 약 16%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미국(2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이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은 금 보유량을 적극적으로 늘리며 금을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은 희소하고 역사적으로 신뢰 받아 온 자산으로 BRICS 국가들이 이를 활용해 달러의 대체 수단으로 삼으려는 의도를 명확히 하고 있다.

2. 달러 및 미국채 비중 축소
BRICS는 미국채와 같은 달러 기반 자산의 비중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 중국은 한때 일본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국채를 보유한 국가 중 하나였으나 2013년 약 1.27조 달러를 정점으로 보유량을 꾸준히 줄여 2024년 현재 7750억 달러 수준까지 감소했다. 이는 피크 대비 39% 이상 줄어든 수치로 BRICS의 탈달러 의지가 단순한 수사에 그치지 않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3. 국제 무역에서 BRICS 화폐 사용
BRICS 국가들은 국제 무역에서 자국 통화나 새로운 결제 수단을 사용하려는 시도를 확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상하이 국제에너지거래소에서 위안화를 도입하며 페트로 달러 시스템을 우회하려 하고 있으며 브라질과 중국은 상호 무역에서 자국 통화를 사용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위안화는 국제 결제에서 여전히 5% 미만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하고 기축통화로 자리 잡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노력은 BRICS의 공동 이익을 강화하려는 의도와 함께 달러를 중심으로 한 국제 무역의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BRICS 국가 간 상이한 경제 상황과 이해관계가 이러한 시도의 성공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4. 국가 주도의 새로운 화폐 및 결제 시스템 개발
BRICS는 국가 간 결제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mBridge와 같은 다중 중앙은행디지털통화(CBDC)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이 플랫폼에는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UAE, 태국, 홍콩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BRICS 국가 간 디지털 결제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BRICS 페이 역시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참여국 간 디지털 결제를 간소화하고 달러를 대체하려는 의도를 반영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 역시 각국의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현실적인 한계에 직면해 있다.

5. 가상자산 활용
가상자산은 BRICS의 탈달러 전략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수단이다. 러시아는 비트코인 채굴을 포함한 가상자산 활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국제 무역에서 가상자산을 공식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 직접 투자 펀드(RDIF)와 BitRiver의 가상자산 채굴 협력 사례는 BRICS에서 국가 주도의 화폐 외에도 가상자산이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채의 새로운 수요처
사실 BRICS의 탈달러 시도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지만 트럼프의 당선과 가상자산의 부상이 추가 변수로 작용하며 기존 금융질서에 새로운 긴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냉정히 평가했을 때 미국 외 국가들은 기축통화국으로서의 역할을 하기에 역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달러, 금, 스테이블코인, 비트코인이 공존하며 새로운 질서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금본위제 폐지 이후 세계 화폐 질서에서 퇴장한 금보다는 새롭게 부상하는 스테이블코인과 비트코인이 중추적인 역할을 할 잠재력이 높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새로운 금융질서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 1위 스테이블코인 USDT를 관리하는 회사 테더는 976억 달러 규모의 미국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에서 18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2위 스테이블코인 USDC를 관리하는 회사 서클은 블랙록, 피델리티, 골드만삭스 등으로부터 투자받았고 코인베이스와 협력하며 사실상 근본 미국 스테이블코인으로 기능하고 있다.

트럼프와 측근들은 스테이블코인 회사가 미국채의 새로운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트럼프 정부는 테더와 서클을 관리하면서 빅테크와 메가뱅크로 하여금 새로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것을 장려하고(과거에 실패한 페이스북북-리브라 사태처럼) 미국채에 대한 견조한 수요를 유지하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기반 결제와 보유 자산의 새로운 형태로 자리 잡으며, 달러 패권 강화의 새로운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은 검열 대상이고 BRICS 화폐 기반 스테이블 코인은 확장성이 제한적이고 각국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떄문에 기존의 실패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따라서 BRICS 입장에서는 비트코인이 괜찮은 선택지일 수 있다. 실제로 BRICS 국가들은 검열이 불가능한 특성을 가진 비트코인을 활용하려 하고 있으며 이는 BRCS 국가 간 국제 무역에서 비트코인이 달러를 대체할 잠재력을 시사한다.

물론 이렇게 되면 미국 입장에서는 성가신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미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고 가상자산 생태계에 충분한 통제력을 발휘하고 있어 비트코인의 부상이 미국의 금융 패권에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정부와 BRICS 간의 갈등은 글로벌 금융질서의 재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BRICS의 탈달러 전략은 기존에는 금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었지만 스테이블코인과 비트코인이 새롭게 부상하며 균형추 역할을 하고 있다. 탈달러를 위한 BRICS의 전략과 트럼프 정부의 대응은 향후 글로벌 금융질서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한중섭 ‘어바웃 머니’, ‘비트코인 제국주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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