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산고분군, 삶과 죽음의 경계가 사라지는 곳

입력 2025-01-06 08:00   수정 2025-01-06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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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 춥다, 춥다 소리를 내뱉는 겨울 한복판, 경남 함안은 살랑이는 봄기운이 느껴진다. 기온을 보니 서울보다 2℃가 높다. 기분 좋은 신호와 함께 과거로 가는 타임캡슐에 오른다. 목적지는 아라가야다.



'가야'는 기원 전후로 형성되어 6세기 중엽까지 존재했던 연맹 왕국이다. 함안의 아라가야, 김해의 금관가야, 고령의 대가야, 고성의 소가야, 성주의 성산가야, 상주의 고령가야로 구분해 6가야라고 부르기도 한다.

낙동강 하류에 위치한 가야는 땅이 비옥해 농업이 발전했으며, 철 기술 또한 뛰어났다. 그러나 통일 국가가 되지 못해 신라와 백제에 비해 세력이 약해졌고, 결국 562년 신라에 흡수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김유신도, 우륵도 가야 출신"

삼국 통일에 중추적 역할을 한 김유신(595~673)은 금관가야 김수로왕의 12대손, 가야 가실왕에 의해 가얏고(가야금) 12곡을 지어 세상에 전한 우륵도 가야 출신으로 진흥왕 12년(551)에 신라에 망명했다.



경남 지역에는 함안을 비롯해 총 7개의 가야고분군이 자리한다. 이중 함안의 말이산고분군은 총넓이 79만7282.5㎡로 규모가 가장 크고, 서기 1세기부터 6세기까지 가야연맹의 묘제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 수 있는 유일한 고분군으로 평가받는다.

함안박물관을 시작점으로 하면 드라마 <환혼>에서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한 나홀로 나무(벚나무)가 7, 8호분 사이에 보인다. 말이산고분군은 해발 40~70m의 구릉 능선에 남북으로 2km 규모로 자리한다. '언덕을 오르는가. 산을 오르는가. 무덤을 오르는가.' 삶과 죽음이 하나의 계단을 오르는 일과 다르지 않음을 말이산고분군은 말하고 있다.

말이산고분군은 현재 봉분이 확인된 184기 외에 봉분이 조성되지 않은 고분의 기수를 포함하면 1000여 기의 고분이 분포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라가야 묘제의 모든 것 '말이산고분전시관'

함안박물관의 부속시설인 말이산고분전시관은 덧널무덤부터 구덩식돌넛널무덤, 굴식돌방무덤 등 가야 고분의 변천 과정을 사실적이고 입체적인 전시물로 담고 있다. 가야 묘제를 대표하는 구덩식돌덧널무덤은 널 즉, 무덤의 주인을 보호하는 덧널을 추가로 설치한 것이다. 벽을 돌로 쌓고 커다란 들보를 서로 마주 보게 해서 무덤이 허물어지는 것을 막았다.



지난 2018년 말이산고분군은 100년 만에 재발굴 조사가 이뤄졌다. 이때 13호분 무덤 천장인 덮개돌에서 여름철 고대 별자리를 새긴 흔적이 확인되었다. 고구려 고분 외에 가야 무덤에서 별자리가 확인된 첫 사례이자 그들의 내세관을 보여주는 유물로 큰 화제가 되었다.

이듬해 45호분에서는 집·배모양 도기, 사슴모양뿔잔 등 상형도기 일체와 말갖춤, 말안장 등 철제 세품, 옥 목걸이 등 268점의 유물이 완전한 상태로 출토되었다. 천 년이 넘는 세월, 그 주인과 함께 잠들어있던 상형도기는 당시 아라가야인의 주거·생활·예술관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자료이기도 하다.



말이산고분군은 지난 2023년 다른 6개의 가야고분군과 함께 우리나라 16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 가야 고분군(伽倻古墳群, Gaya Tumuli)으로 지정되었다. 한반도 남부, 심연 깊숙이 잠들어있던 고대의 세계가 천지개벽으로 드러난 듯한 장관을 마주하길 바란다.

(사진= 이효태포토그래퍼)
정상미 기자 vivi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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