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 정관에 있다는 우선매수권, 법적 효력 있나

입력 2024-12-24 15:28   수정 2024-12-2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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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12월 24일 15:2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아워홈 오너 일가 장남과 장녀가 한화그룹에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인 가운데 막내인 구지은 전 부회장이 매각을 막기 위해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워홈은 4남매가 지분을 나눠가진 가족회사로, 누군가 지분을 팔 때 나머지 주주들이 이 지분을 먼저 살 수 있는 권리를 가지도록 정관에 명시해놨다. 다만 회사 정관이 상법상 보장된 주식 양도까지 제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한 상태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장남이자 최대주주인 구본성 전 부회장(지분율 38.56%)과 3대주주인 장녀 구미현 회장(19.28%)이 합산 지분 57.84%를 매각하기 위해 한화그룹과 협상 중이다. 이들은 내년 초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기 위한 실사를 진행 중이다.

2대주주(20.67%)인 구지은 전 부회장은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이번 매각을 막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아워홈은 4남매가 지분을 나눠 가진 가족회사로, 누군가 지분을 팔 때 나머지 일가가 그 지분을 먼저 사갈 수 있도록 정관 제9조 제3항을 통해 명시해놨다. 3항에 '주식을 양도할 경우 양도자는 주주명부상 주주에게 우선적으로 각 주주의 주식 비율에 따라 양도해야 하고 일부 주주가 주식인수를 포기할 시 잔여 주주에게 주식비율에 따라 양도한다'는 내용이 언급돼 있다.

매각 측은 구지은 전 부회장이 지분매각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매각을 막기 위해 법적 수단을 강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법조계도 아워홈에 '남매의 난'이 다시 발발할 수 있다고 보고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정관상 주주의 우선매수권 조항의 효력이 판례에서 직접적으로 다뤄진 적은 없다. 다만 주주간약정상 기존주주의 우선매수권에 관한 조항 효력이 문제된 사안으로 참고할 만한 하급심 판결은 있다. A사가 B사 경영에 참여하기 위해 기존 주주 주식을 사들인 후 이들과 별도로 투자계약을 맺었는데 이 계약에서 기존주주의 우선매수권이 문제가 됐던 사례다. 당시 재판부는 우선매수권만으로 기존주주들의 투자회수 가능성이 전면 부정됐다고 보긴 어렵고 적어도 당사자인 주주들 사이에선 우선매수권이 효력을 가진다고 판결 내렸다.

구지은 전 부회장도 이 판결에 기반해 가처분 소송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상법상 주식양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을 정관에 별도로 둔 건 회사 입장에서 원하지 않는 자가 주식양수인이 되는 걸 막기 위한 취지라는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워홈 정관의 우선매수권은 상법이 허용하고 있지 않은 형태의 주식양도 제한이라고 보는 시각도 다수 있다. 상법 제335조 제1항에선 자유로운 양도를 허용하면서 단서를 통해 이사회 승인을 전제하고 있다. 아워홈 정관도 제4항을 통해 주식 양도엔 이사회 승인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는데 이에 기반해 이사회 승인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양도를 제한할 순 없다는 주장이다. 정관의 취지가 양도를 불가능하게 하려는 데에 있다고 하더라도 주주의 투하자본회수 가능성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효라는 주장이다.

매각 측은 정관에 주식 양도를 막는 구체적인 제약 조건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도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주주에게 인수의사가 있는지를 묻는 절차와 회신기한, 주식의 양도가액이나 다른 조건들을 협의하거나 결정하는 절차, 이사회 승인 절차와의 관계 등 구체적인 세부사항은 정관에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현재로선 아워홈 이사회를 매각 측인 장남과 장녀가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지분 매각에 대한 이사회 승인은 무리없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지은 전 부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던 구본성 전 부회장이 구미현 회장과 연대하면서 지난 5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재편에 성공했다. 구미현 회장과 그의 남편인 이영열씨, 구본성 전 부회장 장남인 구재모 씨가 사내이사로 새로 선임됐고 구지은 전 부회장은 부회장직을 내려놨다.

하지은/차준호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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