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전(前)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이 과도한 여론전으로 번지면서 사법 절차에 불필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양측의 첨예한 대립이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법적 분쟁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SK그룹 측은 공정거래위원회 계열사 신고를 앞두고 대법원에 이혼 확정증명을 신청했다. 혼인 관계가 유지될 경우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규정에 따라 인척의 3촌까지 특수관계인으로, 관련 기업들을 계열사로 신고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SK 측은 "조사권이 없는 상황에서 노씨 일가의 지분변동 상황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번 이혼 확정증명으로 비롯된 계열사 신고 사안은 비단 SK그룹의 일이 아니므로 제도 자체에 대해 숙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 전 관장 측은 이날 "재산분할 없이 조강지처를 축출하려는 가정파괴 시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재산분할과 위자료에 대한 판결 확정 이전에 이혼에 대해서만 판결확정증명이 발급된다면, 이는 사법부가 혼인과 가족생활의 보호라는 헌법상 의무를 저버리는 처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첨예한 대립 속에서 대법원 관계자는 "중요하지 않은 일로 기자들의 연락이 쇄도하고 있고 마치 이혼확정 증명이 당연히 나오는 것처럼 보도가 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재산분할과 위자료 상고심이 함께 진행 중인 상황에서 법원이 이혼확정 증명을 내주려면 유책을 따지는 위자료 상고심이 취하되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할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는 이혼확정 신청에 대법원이 응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노 전 관장 측은 "재산분할과 위자료에 대한 판결 확정 이전에 이혼에 대해서만 판결확정증명이 발급된다면, 이는 사법부가 혼인과 가족생활의 보호라는 헌법상 의무를 저버리는 처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그룹 측의 전방위적 언론 대응이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로펌 변호사는 "재벌가의 이혼 분쟁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사법 시스템에 불필요한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벌가의 사적 분쟁이 언론을 통해 과도하게 부각되면서 법적 절차의 공정성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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