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의 고관세와 에너지 정책 대응[이지평의 경제 돋보기]

입력 2024-12-30 10:46   수정 2025-01-02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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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정권의 정책 방향에는 불확실성이 있으나 고관세 정책을 전개하는 한편 탈탄소화를 후퇴시키는 에너지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 기업의 고민도 많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 1기 정권에서는 각국 기업이 중국 현지 생산 제품을 미국 이외의 지역으로 판매하면서 대미 수출용 생산을 멕시코, 베트남 등으로 이전하는 우회전략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정권의 보호주의에서는 이러한 우회전략이나 각 지역 차원에서 생산과 판매 체제를 완결적으로 구축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 시장 공략에서는 멕시코나 캐나다 거점을 활용한 북미 지역 차원의 전략보다 미국 본토나 기타 지역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현지화 전략이 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생산 및 기술 인력의 부족 등 해결할 과제가 많은 미국 제조업 여건을 고려할 때 멕시코나 한국에 있는 생산거점을 당장 미국으로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기업들은 트럼프 2.0 정권의 관세 정책이 줄 충격을 고려하면서 미국 내의 인력 상황, 연구 및 기술 경쟁력 등 다양한 요인을 살필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일본 제약회사들은 최근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주에 대한 투자를 확대 중이다(NHK, 2024년 12월 5일). 노스캐롤라이나는 미국에서도 최고 수준의 연구기관이 모이며 산학연계 클러스터가 형성되고 첨단기업 약 7000개사가 진출하고 있는 곳이다. 또 미국에서 가장 낮은 2.5%의 법인세율과 풍부한 보조금으로 인해 투자 이점이 높은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후지필름은 이 지역에 암이나 알츠하이머 치료용 항체 의약품 등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하는 공장 설립에 나서고 있다.

물론 미국이 자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대해 모든 재화의 관세율을 대폭 인상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고율의 인플레이션과 경제 충격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지역의 제조 및 수출 여건은 상대적으로 양호할 수도 있으며, 기업으로서는 이들 지역에 대한 입지 전략을 세우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베트남의 경우 멕시코나 캐나다에 비해 대미 수출 시장점유율이 낮으며, 트럼프의 통상 공세가 아직 이들 두 국가에 비해 뚜렷하지 않다. 또한 베트남 주변의 라오스, 캄보디아 등과 연계한 전략도 고려해야 할 수 있다. 인도의 경우 미국으로서도 베트남과 함께 중국 견제 측면에서 중요할 것이나 제조거점으로서 입지 여건에서 열악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트럼프 2.0에서는 탈탄소화 정책이 후퇴하고 가스 등의 화석연료 자원개발이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기업으로서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축소에 따른 부정적 영향에 대응하는 한편, 에너지 관련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하는 일이 중요하다. IRA를 지지하는 공화당 내 각종 세력의 입장을 고려할 때 트럼프 2기 정권에서도 이를 전면 폐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어떤 분야의 지원을 계속할 것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의 지지 세력인 석유회사 등도 주력하고 있는 탄소 포집 비즈니스인 CCUS(Carbon dioxide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가 한 사례다.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를 활용하고 배출되는 탄소를 포집하면서 블루수소 등을 제조하는 비즈니스에 대한 지원책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2기 정권에서 확대될 미국산 가스의 생산 및 수출 확대에 대응한 한·미 협력 사업을 수소, CCUS 등과 연계해서 확대하는 구상이 중요해질 수 있다.

결국 트럼프 2기 정권의 관세 폭탄 등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강점을 살릴 수 있는 기술, 천연자원 등에 대한 협력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또 지역별로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고관세의 영향도 고려해 생산지 입지 전략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미국산 가스 수입, 군수, 첨단 분야에 있어 한·미 협력이 불러올 미국 산업의 부활 및 경쟁력 향상과 현지 고용 확대 효과 등을 알리는 동시에 반도체, 배터리를 포함한 각 산업에서 상호이익을 바탕으로 미래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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