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택소노미 구분에 의한 국내 녹색채권 발행 금액은 2021년 연간 최대 규모를 기록해 12조5000억 원에 이르렀지만, 2024년은 8조 원 정도로 예측된다. 2024년 11월 기준 글로벌 시장의 1%에 불과한 발행 규모뿐 아니라 시장의 침체 또는 감소 추세는 정부의 녹색 정책을 포함한 다양한 원인에 기인한다.
미국의 정권교체와 유럽 경제의 쇠퇴, 그리고 국내 정치 상황은 기후 금융 시장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녹색 전환을 주도하던 유럽 경제는 쇠퇴로 인해 강력한 탈탄소 정책을 주도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트럼프 정권은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보다는 화석연료 산업 지원을 공약하고 있다.
트럼프의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와 글로벌 기후행동 후퇴가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적으로 느슨해지는 기후 행동과 압력 때문에 선진국 정부, 기업 및 이해관계자로부터 한국 기업이 받는 압력도 약해질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트럼프는 반환경주의자가 아니라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자국우선주의 맹신자이기에 환경보호를 보호무역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동시에 유럽 국가들은 자신들의 경제적 위기 때문에 오히려 기후변화 경쟁력 우위를 무기로 활용하려는 유인이 강해질 것이다.
국내 정치 상황이 큰 변수
보다 중요한 변수는 국내 정치 상황이다. 현 정부의 ‘퇴행적’ 기후변화 정책은 산업경쟁력을 위해서나 기후 정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으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정부가 2023년에 발표한 탄소중립계획은 재생에너지보다는 원자력에너지, 국제 감축 및 탄소포집 및 활용·저장(CCUS)의 의존도를 높였다. 그리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를 30.2%에서 21.6%로 하향 조정하고, 대신 원전발전 비중을 23.9%에서 32.4%로 상향했다. 이는 글로벌 사회에서 선진국 기업에 의한 RE100 강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스코프 3(총외부배출량) 금융배출량 공시의무화 흐름 등에 비춰볼 때 근시안적 기후 및 산업 정책이다.
재생에너지 정책은 다시 강화될 가능성이 크며 심지어 탄소세에 관한 논의도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배출권거래 시장의 구조적 정상화를 통한 글로벌 시장과의 동조화를 통해 CBAM에 유효하게 대응해야 한다. 탄소비용의 격차만큼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유럽연합(EU)과 미국의 시도는 강화될 것이므로 정부의 현명한 산업 정책과 기업의 전략적 대응이 절실하다.
전환 금융에 쏠리는 관심
한편 전 세계는 활동 자체가 신재생에너지 개발 같은 녹색이 아니더라도 녹색경제로 향하는 과도기에서 녹색 전환에 도움 되는 활동에 대한 전환 금융(transition finance)의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뿐 아니라 전환 금융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및 순환경제와의 통합적 접근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환 금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넷제로를 위한 글래스고 금융연대(GFANZ)에 따르면 전환 금융은 넷제로를 위한 계획적이면서 실질적인 경제 전환에 필요한 투자, 금융, 보험 및 관련 제품과 서비스로 정의된다. 탄소 다배출 업종이지만 감축하기 어려운 철강·항공·해운 등 산업에서 탈탄소 계획의 실천 수단으로 유용하다. 하지만 전환 금융의 정의와 분류, 모니터링 방법 및 표준·기준 등 결여로 그린워싱의 위험도 안고 있다.
따라서 전환 금융은 기업이 과학적 방법에 의해 1.5℃ 경로를 따르는 넷제로 목표와 로드맵을 갖고 있으며, 경제 전반의 저탄소 전환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한다. 기존 일반 금융의 기회주의적 활용에 불과한 탄소 고착(carbon lock-in)은 엄격히 제한되어야 한다. 즉 전환 금융이라는 탈을 쓴 갈색 금융의 영구화는 피해야 할 것이다.
김종대 SDG연구소 소장, 인하대 ESG센터장, 인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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