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심의 세계경제 질서가 재현되는 ‘네오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에 특정국 최고통수권자와 도널드 트럼프 차기 대통령의 관계 설정은 모든 면에서 중요하다. 집권 1기 때 베네수엘라, 이란, 튀르키예, 파키스탄 등이 겪었듯이 마찰을 빚으면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실물경기는 침체된다. 집권 2기에는 우리가 그렇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중국은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때부터 미국 국채를 더 빠른 속도로 매각해 왔다. 미국 국채 매각 대금으로 중국 국채를 매입하면 한편으로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고 다른 한편으로 국가부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미국 금융위기에 준하는 양적완화(QE)를 추진키로 확정한 것을 고려하면 위안화 절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해야 할 것은 2022년 10월 제20차 공산당 대회 이후 20차례 넘는 금융완화 조치가 경기부양 효과가 없는데도 이번에는 한 단계 더 높여 QE를 결정했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1% 밑으로 떨어져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져 있다. ‘늪’으로 비유되는 이 함정에서는 금융완화 정도가 높을수록 부작용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트럼프 2기에 중국 업무를 총괄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 등이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오히려 위안화 약세를 더 빨리 유도해 고관세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로 보고 2차 대응 수단으로 ‘1988년 종합무역법’을 손질하고 있다. ‘옴니버스’가 붙여진 이 법에서는 특정국이 자국 통화를 인위적으로 절하시키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
내년 1월 20일 트럼프 정부가 정식 출범한 이후 미·중 간 경제패권 마찰은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한다. 전자는 트럼프 압력에 시진핑 굴복이라는 근거를 두고 있다. 일단 승기를 잡으면 그대로 밀어붙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을 고려하면 중국과의 무역 협상을 미국의 의도대로 주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후자는 현 상황에서 크게 변할 것이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세계경제 패권 다툼은 그 자체가 ‘타결’ 혹은 ‘합의’와는 거리가 먼 디커플링 문제이기 때문이다.
양 극단론 속에 절충점은 없는가 여부다. 집권 1기 때 경험했듯이 ‘트럼프 리스크’가 장기간 지속되면 피로 증후가 누적되면서 4년 후 다시 한번 대통령직을 꿈꾸는 트럼프에게도 같은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
한동안 잠복했던 ‘제2 플라자 합의’ 논쟁이 고개를 들고 있다. 플라자 합의란 1980년대 초 국제수지 불균형의 주범인 미국과 일본 간에 엔화 강세를 유도하기 위한 합의를 말한다. 10년 동안 지속됐던 플라자 체제에서 엔·달러 환율은 240엔대에서 79엔대로 폭락했다.
위안화 평가절상은 트럼프 당선자가 학수고대해 왔던 과제였다. 집권 1기 때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고 약속을 해온 상태에서 지키지 못해 트럼프가 연임하지 못했던 이유 중의 하나였다. 집권 2기 들어서도 대중국 무역적자가 줄어들지 않으면 당장 2년 후에 치러질 중간선거부터 공화당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도 위안화 절상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등을 통해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려고 노력해 왔다.
미국도 같은 입장이다. 집권 2기 들어 무역적자 축소가 아무리 급하더라도 대폭적인 달러화 약세 용인은 ‘득’보다는 ‘실’이 크다. 미국의 수출입 구조가 마셜 러너 조건((외화표시 수출수요 가격탄력성+자국통화표시 수입수요 가격탄력성)>1)을 충족시키지 못해 달러화가 약세가 되더라도 무역적자가 개선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달러화 강세도 부담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달러인덱스는 ‘108’대로 뛰어올랐다. 호드릭-프레스콧 필터로 구한 장기 추세에서 5% 이상 벗어나 있는 강세국면이다. Fed의 계량모델인 ‘퍼버스(Ferbus=FRB+US)’에 따르면 달러 가치가 10% 상승하면 2년 후 미국 경제성장률이 0.75%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나온다.
상대국의 이익도 잘 반영하는 환율구조 모형 등으로 위안화 가치의 적정수준을 추정해 보면 6.5위안 내외로 추정된다. 8년 전 6.8위안보다 높게(절상) 나온다. 중국의 경제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잘 반영하는 ‘스위트 스폿’으로 이 수준을 지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47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된 시진핑 주석이 당선 이후 모든 일이 이뤄지고 있는 트럼프의 별장에서 만나 성과가 나온다면 ‘제2 플라자 합의’보다 ‘마러라고 밀약’이 될 확률이 높은 것도 이 근거에서다.
상하이 밀약설과 마러라고 밀약설은 미국으로 확실하게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은 못 된다. 뉴욕증시 개장을 알리는 오프닝 벨에 초청된 트럼프 당선자가 최근 이례적으로 주식보다 암호화폐를 언급한 것을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암호화폐가 대중 견제 수단이 되려면 국가의 가치 부여, 즉 스테이블코인 문제가 중요하다. 가장 확실한 디지털 법화(CBDC)를 도입하는 방안에 스콧 재무장관 지명자는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달러 위상을 강화해 글로벌 자금을 끌어들여 경제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CBDC를 도입하지 않고 국가가 가상화폐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방안은 ‘준비자산(resreve asset)’과 ‘전략비축(strategic stockpile’)이다. 전자는 기존 외화 보유 자산인 금 등으로 가상화폐를 대체하는 방안이나 Fed가 허락하기는 쉽지 않다. 트럼프노믹스 2.0의 가이드라인인 ‘프로젝트 2025’에서 Fed의 폐지 혹은 개편안이 담긴 것도 이 때문이다.
후자는 트럼프 당선자가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다. 전략비축이란 국가 안보와 국민 경제생활에 직결되는 핵심 자산을 보유하는 것을 말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회원국에 3개월치 원유를 전략비축 자산으로 보유할 것을 권하고 있다. 가상화폐가 중국 견제 수단으로 가장 효과적으로 판단하면 얼마든지 전략비축 자산에 포함될 수 있다.
가상화폐가 전략비축 자산으로 포함되면 법정통화인 달러를 담보로 하는 스테이블코인과 비슷한 가치를 보장받을 수 있다. 이 조건이 충족돼 현재 20만 개 정도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을 신시아 루미스(공화당 상원의원·와이오밍)의 법안대로 100만 개 이상으로 끌어올리면 달러 가치까지 상승해 트럼프 집권 2기의 또 다른 과제인 인플레이션과 국가부채를 해결할 수 있다.
기축통화로서 위안화의 위상을 보면 미국에 맞대응할 수 있는 ‘눈과 이’의 수준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트럼프의 가상화폐 공약이 역대 최대 규모의 ‘펌프 앤드 덤프(Pump and Dump·가격을 띄운 뒤 일거 매도)’가 될 것이라는 비판이 전적으로 공감할 수 없는 것도 이 근거에서다. 추세 전환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 중국 옥죄는 미국
집권 1기 반성을 토대로 미국은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중국을 주도면밀하게 옥죄고 있다. 중국 견제 수단으로 처음 부과한 고관세는 전형적인 가격할증 정책이다. 근립 궁핍화 가격할인 정책인 위안화 약세로 대응하면 고관세 피해액이 고스란히 미국에 전가되는 맹점을 안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때부터 미국 국채를 더 빠른 속도로 매각해 왔다. 미국 국채 매각 대금으로 중국 국채를 매입하면 한편으로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고 다른 한편으로 국가부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미국 금융위기에 준하는 양적완화(QE)를 추진키로 확정한 것을 고려하면 위안화 절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해야 할 것은 2022년 10월 제20차 공산당 대회 이후 20차례 넘는 금융완화 조치가 경기부양 효과가 없는데도 이번에는 한 단계 더 높여 QE를 결정했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1% 밑으로 떨어져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져 있다. ‘늪’으로 비유되는 이 함정에서는 금융완화 정도가 높을수록 부작용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트럼프 2기에 중국 업무를 총괄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 등이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오히려 위안화 약세를 더 빨리 유도해 고관세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로 보고 2차 대응 수단으로 ‘1988년 종합무역법’을 손질하고 있다. ‘옴니버스’가 붙여진 이 법에서는 특정국이 자국 통화를 인위적으로 절하시키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
내년 1월 20일 트럼프 정부가 정식 출범한 이후 미·중 간 경제패권 마찰은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한다. 전자는 트럼프 압력에 시진핑 굴복이라는 근거를 두고 있다. 일단 승기를 잡으면 그대로 밀어붙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을 고려하면 중국과의 무역 협상을 미국의 의도대로 주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후자는 현 상황에서 크게 변할 것이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세계경제 패권 다툼은 그 자체가 ‘타결’ 혹은 ‘합의’와는 거리가 먼 디커플링 문제이기 때문이다.
양 극단론 속에 절충점은 없는가 여부다. 집권 1기 때 경험했듯이 ‘트럼프 리스크’가 장기간 지속되면 피로 증후가 누적되면서 4년 후 다시 한번 대통령직을 꿈꾸는 트럼프에게도 같은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
한동안 잠복했던 ‘제2 플라자 합의’ 논쟁이 고개를 들고 있다. 플라자 합의란 1980년대 초 국제수지 불균형의 주범인 미국과 일본 간에 엔화 강세를 유도하기 위한 합의를 말한다. 10년 동안 지속됐던 플라자 체제에서 엔·달러 환율은 240엔대에서 79엔대로 폭락했다.
위안화 평가절상은 트럼프 당선자가 학수고대해 왔던 과제였다. 집권 1기 때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고 약속을 해온 상태에서 지키지 못해 트럼프가 연임하지 못했던 이유 중의 하나였다. 집권 2기 들어서도 대중국 무역적자가 줄어들지 않으면 당장 2년 후에 치러질 중간선거부터 공화당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도 위안화 절상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등을 통해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려고 노력해 왔다.
◆ ‘마러라고 밀약’ 나오나
관건은 트럼프와 시진핑 정부가 달러화 약세와 위안화 절상폭을 어느 수준까지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성장률이 목표선인 5% 밑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대폭적인 위안화 절상은 중국부터 받아들이기 어렵다. 미국도 같은 입장이다. 집권 2기 들어 무역적자 축소가 아무리 급하더라도 대폭적인 달러화 약세 용인은 ‘득’보다는 ‘실’이 크다. 미국의 수출입 구조가 마셜 러너 조건((외화표시 수출수요 가격탄력성+자국통화표시 수입수요 가격탄력성)>1)을 충족시키지 못해 달러화가 약세가 되더라도 무역적자가 개선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달러화 강세도 부담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달러인덱스는 ‘108’대로 뛰어올랐다. 호드릭-프레스콧 필터로 구한 장기 추세에서 5% 이상 벗어나 있는 강세국면이다. Fed의 계량모델인 ‘퍼버스(Ferbus=FRB+US)’에 따르면 달러 가치가 10% 상승하면 2년 후 미국 경제성장률이 0.75%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나온다.
상대국의 이익도 잘 반영하는 환율구조 모형 등으로 위안화 가치의 적정수준을 추정해 보면 6.5위안 내외로 추정된다. 8년 전 6.8위안보다 높게(절상) 나온다. 중국의 경제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잘 반영하는 ‘스위트 스폿’으로 이 수준을 지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47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된 시진핑 주석이 당선 이후 모든 일이 이뤄지고 있는 트럼프의 별장에서 만나 성과가 나온다면 ‘제2 플라자 합의’보다 ‘마러라고 밀약’이 될 확률이 높은 것도 이 근거에서다.
상하이 밀약설과 마러라고 밀약설은 미국으로 확실하게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은 못 된다. 뉴욕증시 개장을 알리는 오프닝 벨에 초청된 트럼프 당선자가 최근 이례적으로 주식보다 암호화폐를 언급한 것을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암호화폐가 대중 견제 수단이 되려면 국가의 가치 부여, 즉 스테이블코인 문제가 중요하다. 가장 확실한 디지털 법화(CBDC)를 도입하는 방안에 스콧 재무장관 지명자는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달러 위상을 강화해 글로벌 자금을 끌어들여 경제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CBDC를 도입하지 않고 국가가 가상화폐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방안은 ‘준비자산(resreve asset)’과 ‘전략비축(strategic stockpile’)이다. 전자는 기존 외화 보유 자산인 금 등으로 가상화폐를 대체하는 방안이나 Fed가 허락하기는 쉽지 않다. 트럼프노믹스 2.0의 가이드라인인 ‘프로젝트 2025’에서 Fed의 폐지 혹은 개편안이 담긴 것도 이 때문이다.
후자는 트럼프 당선자가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다. 전략비축이란 국가 안보와 국민 경제생활에 직결되는 핵심 자산을 보유하는 것을 말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회원국에 3개월치 원유를 전략비축 자산으로 보유할 것을 권하고 있다. 가상화폐가 중국 견제 수단으로 가장 효과적으로 판단하면 얼마든지 전략비축 자산에 포함될 수 있다.
가상화폐가 전략비축 자산으로 포함되면 법정통화인 달러를 담보로 하는 스테이블코인과 비슷한 가치를 보장받을 수 있다. 이 조건이 충족돼 현재 20만 개 정도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을 신시아 루미스(공화당 상원의원·와이오밍)의 법안대로 100만 개 이상으로 끌어올리면 달러 가치까지 상승해 트럼프 집권 2기의 또 다른 과제인 인플레이션과 국가부채를 해결할 수 있다.
기축통화로서 위안화의 위상을 보면 미국에 맞대응할 수 있는 ‘눈과 이’의 수준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트럼프의 가상화폐 공약이 역대 최대 규모의 ‘펌프 앤드 덤프(Pump and Dump·가격을 띄운 뒤 일거 매도)’가 될 것이라는 비판이 전적으로 공감할 수 없는 것도 이 근거에서다. 추세 전환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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