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당일 취소표 9만장 쏟아졌다…연말 대목에 '날벼락' [연계소문]

입력 2024-12-25 09:37   수정 2024-12-25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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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가 대목으로 꼽히는 연말 시즌에 돌입했지만 비상계엄, 배우들의 건강 문제 등 예상치 못한 상황들로 웃음기를 잃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올해 공연 티켓판매액은 지난 3분기까지의 집계만으로 이미 1조원을 돌파했다.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4분기를 포함하면 엔데믹 이후 또 한 번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연말을 앞두고 대형 뮤지컬 및 콘서트가 줄줄이 개최되며 증가 폭이 클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최근 축제 분위기가 잦아들었다.

24일 오후 기준 12월 1~23일 집계된 예매 취소는 총 111만980건으로, 가장 많은 예매 취소가 발생한 날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이었다. 하루에만 9만3470장(당일 예매 건수의 65% 규모)의 취소 표가 나와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최대 취소수는 8만952건으로, 작년 역시 이날보다 높았던 적은 없었다. 여파는 다음날까지 이어져 4일에도 6만3463건의 취소가 발생했다.

이후 회복 수순을 밟고 있지만 여전히 일일 취소수가 4~5만건 대를 기록하며 불안감은 지속되고 있다. 한 공연 관계자는 "정국이 불안정하면 소비심리가 위축되지 않나. 문화, 예술 분야는 사람들이 가장 마지막에 돈을 쓰는 영역이다 보니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예민하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팬덤 영향력이 센 아이돌 콘서트나 톱스타를 기용한 대작은 매진이 풀리지 않고 유지되지만 수수료 부담이 적은 대학로 작품들이 상대적으로 더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부산 벡스코는 내년 해외 아티스트 공연 3건이 취소되는 등 비상계엄 여파가 다소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가수 이승환의 콘서트가 취소되는 일도 발생했다. 구미시가 25일 예정된 콘서트를 "관객과 보수 우익단체 간 물리적 충돌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취소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승환이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 날인을 요구받았으며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공연을 앞둔 가수들은 정치적 발언에 자체 함구령을 내리며 더욱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아티스트들이 직접 목소리 내는 걸 회사가 관여할 이유도, 필요도 없지만 공연·광고 등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상태라 일이 커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팬들이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나서는 상황인지라 적극적인 공연 홍보도 자제하는 상태"라고 전했다. 탄핵 정국 속 DM(다이렉트 메시지) 논란이 불거진 임영웅의 경우 연말 공연을 앞두고도 홍보 보도자료를 일절 발송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뮤지컬계는 배우들의 건강 문제까지 덮쳤다. 배우 최재림이 컨디션 난조로 출연 중이던 '시라노', '시카고', '킹키부츠' 스케줄에 모두 차질을 빚었다. 차지연도 공연 중 일시적인 과호흡이 발생하며 '광화문연가' 공연을 중단했고, '명성황후' 일정도 일부 캐스팅을 변경했다.

예고 없던 악재에 축제 분위기는 사라졌지만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관객 모으기에 마지막까지 총력을 다할 전망이다. 대부분의 뮤지컬이 크리스마스이브에 성탄절 당일은 물론 31일과 내년 1월 1일까지 대거 하루 2회 공연을 편성했다. 임영웅, 성시경, 김희재, 박진영, 조용필 등 티켓 파워가 센 가수들도 예정대로 무대에 오른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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