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도움 필요한 가정에"…폐지 판 돈 기부한 가족

입력 2024-12-24 15:02   수정 2024-12-2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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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 삼 남매 저금통 받아주세요. 메리크리스마스"

장애아동을 포함한 세 아이 아빠이며 수급자라고 소개한 익명의 남성이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타인을 돕기 위해 기부한 사실이 알려졌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부산 북구 덕천지구대 앞에 수상한 택배 박스가 놓여 있는 것을 근무 중인 경찰이 발견했다. 상자를 열어보니 천 원권 30장과 저금통, 아동 패딩, 김장김치, 편지가 담겨있었다.

상자의 주인 A씨는 손 편지에 "막내 생일을 맞아 뜻깊은 하루를 선물해주기 위해서 기부하게 됐다"고 적었다.

그는 "폐지 팔아 돈을 마련하지만, 노력한 만큼 결실이 적게 나와 많이 못 했다"며 "추운 겨울 도움이 필요한 가정에 전달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김장 김치 맛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맛있게 먹었으면 한다"며 "패딩은 아이가 마음에 들지 모르겠지만 따뜻하게 입고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또 "돼지저금통은 삼 남매가 용돈 받아서 모았고 폐지를 판 돈은 은행 가서 깨끗한 지폐로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덕천지구대는 지구대 앞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다. 영상에는 편지 작성자의 아내로 추정되는 인물이 박스를 두고 도망치듯 지구대를 떠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덕천지구대 정학섭 경감은 어린이날 지구대에 박스를 두고 간 인물과 동일 인물임을 직감했다.

당시 박스에는 옷과 과자, 라면, 빛바랜 천 원짜리 지폐 30장과 '어려운 아이 가정에 전달되었으면 합니다'란 편지가 함께 들어 있었다. 또 지난해에도 화재 진압 중에 다친 경찰관과 소방관을 돕고 싶다며 폐지 판 돈을 기부하기도 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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