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프리즘] 말뿐인 이재명의 '먹사니즘'

입력 2024-12-24 17:26   수정 2024-12-25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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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차기 대통령 선호도 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 대표가 차기 대권을 거머쥐기 위해 자신의 핵심 브랜드로 내세운 것은 소위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 해결)이다. 지난 7월 민주당 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한 기자회견에서 처음 들고나왔다. 그는 “단언컨대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먹사니즘이 유일한 이데올로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 대표에 재선된 이후 지난 4개월 동안 이 대표의 행보는 먹사니즘과 한참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거대 의석을 무기로 기업을 옥죄는 각종 입법과 탄핵소추안을 남발하더니 급기야 예산 폭주까지 강행했다. 대통령실과 검찰·경찰·감사원의 특수활동비 전액 삭감을 포함해 총 4조1000억원을 감액한 내년도 예산안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야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로 삼권 분립 원칙을 흔드는 행위다.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무력화한 조치로 급변하는 대외 경제 환경에 정부가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렵게 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최악의 경우 재해·재난 대처 능력까지 훼손되는 등 국정 마비에 가까운 혼란을 초래할 위험도 있다. 이 대표는 국가 경제를 생각하지 않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여 놓고선 이제 와서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한 추가경정예산안을 빨리 올리라고 정부를 닦달하고 있다.

지난달 야당이 일방 처리한 양곡관리법 등 ‘농법 4법’ 역시 국가 경제는 안중에도 없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적 법안’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민주당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농업 4법은 쌀 등 특정 작물의 가격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국가가 재정을 투입해 가격을 떠받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반면 기업 경영에 직격탄이 될 법안 처리에는 속도를 냈다. 가뜩이나 과격한 노동쟁의를 더 과격하게 만들 ‘노란봉투법’과 국회가 증인·참고인 출석이나 서류 제출을 요구했을 때 개인정보와 영업비밀 보호를 이유로 이를 거부할 수 없게 한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그나마 이들 법안은 윤 대통령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무산돼 정부와 재계는 가까스로 한숨을 돌렸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재계는 야당의 강행 처리를 걱정한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원전 관련 예산이 줄줄이 삭감돼 원전업계는 ‘탈원전’이 반복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한시가 급한 산업 육성 법안들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R&D) 인력에게 주 52시간 근무 적용을 예외로 두는 내용의 반도체특별법과 전력망 인허가 절차 개선 방안을 담은 국가 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 등이다.

비상계엄과 탄핵소추 후폭풍으로 기업의 투자심리는 얼어붙었고, 회사채·공모주 시장은 위축돼 유동성 위기를 맞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야당이 앞장서 반시장·반기업법 족쇄까지 채우면 한국 경제는 회복하기 힘든 침체에 빠져들 것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이 대표는 최근 민생·경제 행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개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자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을 내려놓으며 중도층 민심 공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미·중 갈등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리스크 등 글로벌 악재가 산적한 지금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기업에 힘을 실어줘야 할 때다. 이 대표가 말로만 먹사니즘을 외치는 데 그치지 말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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