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견 긍정적인 의미도 있다. 근로자는 2018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도입된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로 인해 줄어든 소득을 일부 보전할 수 있게 됐고, 오랜 기간 노사 갈등을 빚어온 통상임금과 평균임금의 차이가 거의 없어지면서 임금 논란이 간명해졌다. 그럼에도 이번 대법원 판결에는 아쉬움과 함께 몇 가지 물음표가 붙는다. 우선 타이밍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이 곧 나올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에 반하는 서울고등법원 판결(세아베스틸 사건)이 나온 게 2018년 12월, 무려 6년 전이다. 지난해부터인가 “전원합의체 판결이 임박했다”는 설과 함께 올여름에는 1000쪽이 넘는 보고서 검토가 끝났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러기를 수개월여, 계엄·탄핵 정국이라는 미증유의 혼돈 중에 19일 선고 기일이 잡혔다는 소식이 불과 선고 1주일 전에 알려졌다. 우연이었을까.
불과 11년 전과 같은 전원합의체임에도 영화 제목 그대로 아무렇지도 않게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판결을 내린 대법원에 유감 표명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을까. 그동안 자신들의 판결에 맞춰 협약을 맺어온 현장의 노사관계는 무엇이 되는가. 아마도 이런 비판을 의식해 대법원은 “새로운 법리는 병행사건이 아닌 한 이 판결 선고일 이후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한다”고 했으리라. “막대한 파급 효과와 종전 판례에 대한 신뢰 보호를 고려해 판례 변경의 취지를 미래지향적으로 살리면서도 당사자의 권리 구제를 배려했다”는 게 대법원의 친절한 설명이다. 이른바 ‘장래효’, 이건 사법부가 아니라 입법부의 역할이 아니던가.
기업이 통상임금성을 회피하기 위해 정기상여금을 실적에 따른 성과급으로 바꾸겠다고 하면 노사 갈등은 폭발할 수도 있다. 이런 우려마저도 정기상여금이라는 게 존재하는 기업의 이야기로 중소·영세기업에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더 심화할 것은 자명하다. 대법원이 11년 만에 뒤집은 통상임금 기준, 논란의 종식이 아니라 또 다른 전쟁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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