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은 기아, 삼정은 네이버…치열했던 수임경쟁

입력 2024-12-24 17:45   수정 2024-12-25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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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4’ 회계법인(삼일·삼정·한영·안진)이 상장사의 외부감사인 수주 경쟁을 마무리했다. 이들 회계법인은 서로의 ‘대어’ 고객을 빼앗아 오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다.

기아·하나금융 따낸 한영
24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지정감사제 적용을 마치고 자유수임 시장에 나온 기업들을 두고 빅4의 수임 경쟁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정부가 기업에 회계법인을 찍어주는 감사인 지정과 달리 자유수임은 회계법인이 기업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하는 구조다. 대형 회계법인 간 실력 다툼이 거세 ‘진검승부의 영역’으로 통한다.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이 한 자릿수에 그쳐 비교적 잠잠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대형 기업이 대거 풀려 경쟁이 치열했다.

올해 민간 기업 최대어는 한영이 따냈다. 자산 규모가 87조원에 달하는 기아와 금융업계 4위 금융지주사인 하나금융지주를 수임했다. 한영은 SK가스, SK디스커버리, 대상그룹, CJ대한통운 등도 잡았다.

삼정은 지정감사처였던 기아를 한영에 내준 대신 묵직한 기업의 감사인 자리를 꿰찼다. 자산 규모 62조원대인 현대모비스를 비롯해 네이버, SK텔레콤 등을 수주했다. 안진은 삼성증권과 카카오뱅크 등 자산 60조원대 금융사를 자유수임으로 따냈다. 현대제철, 한화손해보험, 신세계인터내셔날 등도 감사 명단에 추가했다. ‘업계 1위’ 삼일은 자산 규모 62조원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 핵심 기업 중 하나인 삼성물산을 수임했다. GS, 현대글로비스, 아모레퍼시픽, LG이노텍, 한국투자증권그룹, 대신파이낸셜그룹 등의 감사도 맡는다. 지난해 신규 수임보다 수성에 집중한 삼일은 올해엔 자유수임 건수를 확 늘렸다.

회계업계는 남은 대형 자유수임처로 공기업 최대어인 한국전력을 주목하고 있다. 자산 규모 243조원에 달하는 한전은 올해까지 6년간 한영이 감사를 도맡았다. 공기업은 한 회계법인으로부터 7년 이상 감사를 받을 수 없어 감사인을 바꿔야 한다.
비감사 ‘2차전’ 남아
외부감사인 수주를 놓고 회계법인의 고민이 상당했다. 주요 회계법인은 회계감사와 거래·컨설팅 용역 등 비감사 용역 기회를 두고 이해충돌 우려가 없도록 사실상 양자 선택을 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2022년 삼일은 현대차 감사인 지정을 받고도 사업 자문을 맡고 있다는 이유로 감사인 역할을 반납하기도 했다. 감사인 수주와 거래 자문을 놓고 회계법인 각 부문의 눈치싸움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내년에는 기업들의 카브아웃(사업부문 분사 후 매각) 거래나 구조 개편 관련 컨설팅 용역 등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서다.

한 대형 회계법인의 고위 관계자는 “주요 기업의 감사인 자리를 따내기 위해 보수를 낮추는 등 ‘출혈 경쟁’이 상당하다”며 “비감사 용역의 실익이 큰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기업은 내년 사업 자문 용역을 위해 감사인 입찰 제안요청서에 응찰하지 말아 달라는 의사를 넌지시 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선한결/김익환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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