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없었다…與비대위원장에 '친윤' 권영세

입력 2024-12-24 17:50   수정 2024-12-25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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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을 이끌 새 비상대책위원장 후보에 친윤(친윤석열)계 5선의 권영세 의원(서울 용산)이 지명됐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의 여파로 한동훈 대표가 사퇴한 지 8일 만이다. 부드러운 리더십과 풍부한 경험이 강점으로 꼽히는 권 의원은 당의 쇄신과 내홍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해 지도부 ‘투톱’에 모두 친윤계가 포진한 점은 부담이다. ‘도로 친윤당’이라는 비판을 넘어서려면 당의 안정화뿐 아니라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權, “당 화합, 쇄신 다 필요”
권 권한대행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새로운 비대위는 국정 안정과 당의 화합과 변화라는 중책을 맡아야 한다”며 권 의원을 비대위원장 후보로 지명했다. 권 의원은 서울대 법대, 검사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권 권한대행은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한 경험과 즉시 투입 가능한 전력이 필요하다”며 “권 의원은 수도권 5선으로, 실력과 통합의 리더십을 인정받아 정부와 당의 핵심 보직을 역임했다”고 설명했다.

계엄 사태 이후 당이 극심한 분열을 겪는 상황에서 권 의원의 경험과 위기 조율 능력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당 사무총장을 지내 조직 관리에 강점이 있고, 친윤계로 분류되지만 계파색도 비교적 옅다는 평가다. 권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의 화합, 안정, 쇄신이 다 필요하다”며 “안정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당의 단합이다. 단합이 안 돼 안정이 안 된 상태에서 어떻게 당을 바꿀 수 있겠냐”고 말했다. 당의 정치·정책 노선을 손질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영업자 등 서민들이 더없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여야정협의체를 정책 중심으로 제대로 운영하고, 민생만큼은 여당이 앞서 챙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정부 정책과 당의 노선 등 보이지 않는 시스템도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26일 온라인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오는 30일까지 권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정식 임명할 계획이다.
‘친윤당’ 프레임 깰 수 있을까
다만 ‘권영세 비대위’가 출범하더라도 ‘변화’와 ‘안정’을 모두 잡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까지 당을 하나로 결집하는 게 우선 과제가 된다면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받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새 비대위원장의 역할은 탄핵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당정 관계를 강화해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심판 이후를 대비해 새로운 보수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라며 “권 비대위원장 체제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지원하고 더불어민주당과 맞서 싸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기 대선 준비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태곤 더모아 분석실장도 “국민의힘은 ‘안정이 우선’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너무 안정만 추구한 게 문제”라며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안철수 의원 정도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지도부 ‘투톱’에 모두 친윤계가 포진한 상황에서 ‘친윤당’ 색채를 지워나갈 수 있을지도 관심을 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정부·여당에 대한 여론이 크게 악화한 만큼 대통령과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권 의원 개인적으로는 능력이 있고 평가도 좋지만, 친윤 색채가 강한 게 부담”이라며 “중도층에 어필하지 못하면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해 당 안정화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박주연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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