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160억? 400억 내놔라"…'강남 아파트' 난리난 이유가

입력 2024-12-25 17:16   수정 2024-12-26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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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급등을 이유로 시공사를 교체한 재건축·재개발 현장이 최근 소송에 몸살을 앓고 있다. 새 시공사를 찾기도 어려울뿐더러 기존 시공사로부터 손해배상 요구를 받고 있어서다. 최근 법원이 시공사에 대한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리자 시공사 교체를 검토 중인 조합에서 내부 혼란이 커지고 있다.
○시공사 손해배상 ‘인정’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래미안 트리니원)조합은 이전 시공사와 손해배상 소송을 계속하고 있다. 앞선 1심 판결에서 법원은 일방적 시공사 교체에 따른 손해배상 164억원을 인정했다. 그러나 시공사는 “배상액이 부족하다”며 항소했고, 조합은 소송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시공사는 단지를 시공했을 때 얻는 이익인 411억원을 조합이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합 측은 시공사의 요구가 과도하다고 맞섰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시공사로 선정됐지만 도급 협상 과정에서 계약이 파기된 사례”라며 “이번 판결로 앞으로 시공사를 교체할 다른 조합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내 다른 정비사업 현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구 신당제8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도 최근 법원으로부터 기존 시공사에 8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조합은 2020년 시공사를 선정했지만 이듬해 시공 조건이 불만스럽다며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법원이 시공사 손을 들어줘 조합 소유 토지 일부가 경매에 넘어갔고 재개발 사업도 위기에 빠졌다.

서초구 방배5구역 주택재건축조합 역시 시공사 교체 과정에서 일방적 계약 파기가 인정돼 법원으로부터 화해 권고를 받았다. 계약이 해지된 기존 시공사에 525억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이었다. 시공사를 선정한 상태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포기하거나 재건축 사업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조합도 최근 시공사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해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에서도 교체 사례 늘어
시공사 교체 과정에서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면 부담은 조합과 조합원에게 돌아간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성이 그만큼 낮아지고 분담금은 올라가는 구조다. 조합은 시공사를 교체할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다고 항변한다. 그만큼 공사비가 올라 차라리 시공사를 바꾸는 편이 손해가 적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지역주택조합은 최근 한 차례 교체한 시공사를 다시 바꿨다. 도급 협상을 하는 사이에도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금융 비용이 올라 공사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는 “새로 교체한 시공사가 비교적 낮은 공사비를 제안했지만 그마저도 부담할 수 없다는 조합원이 많아 다시 시공사를 찾게 됐다”며 “사업이 지연되는 만큼의 부담은 조합이 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시공사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한 대형 건설회사 관계자는 “다양한 자료를 들고 가 공사 원가가 올랐다고 설명해도 조합원이 믿지 않는 사례가 태반”이라며 “이를 노리고 의도적으로 더 저렴한 시공사를 찾을 수 있다고 부추기는 세력이 늘어나 현장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지방에선 시공사를 교체하려는 조합이 적지 않다. 부산에선 올해 초 시공사를 바꾼 시민공원 촉진 2-1구역에 이어 최근 촉진4구역과 우동1구역 등이 시공사 교체를 추진 중이다.

광주에서도 공사비 규모만 1조8000억원에 달하는 신가동 재개발 사업이 공사비 등을 이유로 기존 시공사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곳을 찾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새로 시공사를 찾는 사업지는 건설사에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사업성이 낮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갈등 사업장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건설사가 늘어 새 시공사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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