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 금융그룹 경쟁을 벌이고 있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이 나란히 미래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을 키우고 있다. KB금융은 은행·비(非)은행 부문 시너지를 위해 보험사 CEO를 핵심 계열사인 은행장에 선임한 점이 눈에 띈다. 신한금융은 자회사 본부장급 임원을 대표로 발탁해 핵심 계열사 CEO 후보군을 넓히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60)를 차기 국민은행장으로 선임했다. 자산 552조원, 임직원 1만5000여 명의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장에 계열사 CEO를 내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장 경쟁에서 밀려난 경영진이 비은행 계열사 CEO를 맡아온 금융지주의 통념을 깬 것이다.
이번 인사는 양종희 KB금융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KB손해보험 대표를 지낸 양 회장은 국민은행장을 거치지 않고 작년 11월 KB금융 회장에 올랐다. 그는 2015년 지주 전략 담당으로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주도했다. 인수 작업에 그치지 않고 KB손해보험을 2016년부터 5년 동안 이끌며 회사를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빅4’ 손보사로 키워냈다.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군으로 꼽혀온 김재관 KB금융 재무담당 부사장(56)과 정문철 국민은행 개인고객그룹 부행장(56)을 각각 KB국민카드 대표와 KB라이프 대표로 내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은행에서 경영 능력이 검증된 김 부사장과 정 부행장에게 카드·보험 계열사를 맡겨 비은행 분야 경험을 쌓도록 한 것이다. 이 대표에게 국민은행장 바통을 넘겨주는 이재근 행장(58)도 경영 일선 후퇴 대신 지주사 부문장을 맡아 KB금융의 신사업 발굴 등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지배구조 안정을 위해선 이재근 행장과 이환주 대표 같은 미래 KB금융 회장 후보군이 튼튼해야 한다는 게 양 회장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신한은행 상무·부행장 등 경영진 인사에서도 이런 특징이 두드러진다. 신규 임원으로 선임된 10명 중 이봉재 고객솔루션그룹장과 최혁재 디지털이노베이션(영업추진4)그룹장, 강대오 자산관리솔루션그룹장, 송영신 정보보호본부장, 이정빈 경영지원그룹장, 전종수 준법감시인 등 6명이 1970년대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양 회장과 진 회장 모두 연임 도전 때 강력한 경쟁 상대인 계열사 CEO 육성에 나섰다는 점에서 국내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선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비은행 경영 경험 갖춰야”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60)를 차기 국민은행장으로 선임했다. 자산 552조원, 임직원 1만5000여 명의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장에 계열사 CEO를 내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장 경쟁에서 밀려난 경영진이 비은행 계열사 CEO를 맡아온 금융지주의 통념을 깬 것이다.
이번 인사는 양종희 KB금융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KB손해보험 대표를 지낸 양 회장은 국민은행장을 거치지 않고 작년 11월 KB금융 회장에 올랐다. 그는 2015년 지주 전략 담당으로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주도했다. 인수 작업에 그치지 않고 KB손해보험을 2016년부터 5년 동안 이끌며 회사를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빅4’ 손보사로 키워냈다.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군으로 꼽혀온 김재관 KB금융 재무담당 부사장(56)과 정문철 국민은행 개인고객그룹 부행장(56)을 각각 KB국민카드 대표와 KB라이프 대표로 내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은행에서 경영 능력이 검증된 김 부사장과 정 부행장에게 카드·보험 계열사를 맡겨 비은행 분야 경험을 쌓도록 한 것이다. 이 대표에게 국민은행장 바통을 넘겨주는 이재근 행장(58)도 경영 일선 후퇴 대신 지주사 부문장을 맡아 KB금융의 신사업 발굴 등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지배구조 안정을 위해선 이재근 행장과 이환주 대표 같은 미래 KB금융 회장 후보군이 튼튼해야 한다는 게 양 회장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본부장을 CEO로 ‘발탁’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도 연말 인사에서 CEO 후보군을 넓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신한저축은행(채수웅) 신한DS(민복기) 신한펀드파트너스(김정남) 신한리츠운용(임현우) 등 4곳 자회사 대표로 50대 신한은행 본부장을 발탁하면서다. 통상 신한금융 계열사 대표는 신한은행 부행장 출신이 맡아온 점을 감안하면 ‘파격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룹에서 은행 다음으로 큰 신한카드 차기 대표에도 부사장을 거치지 않은 박창훈 본부장(56)을 내정했다.신한은행 상무·부행장 등 경영진 인사에서도 이런 특징이 두드러진다. 신규 임원으로 선임된 10명 중 이봉재 고객솔루션그룹장과 최혁재 디지털이노베이션(영업추진4)그룹장, 강대오 자산관리솔루션그룹장, 송영신 정보보호본부장, 이정빈 경영지원그룹장, 전종수 준법감시인 등 6명이 1970년대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양 회장과 진 회장 모두 연임 도전 때 강력한 경쟁 상대인 계열사 CEO 육성에 나섰다는 점에서 국내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선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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