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대표뿐만이 아니다. 기술수출 계약을 염원하는 마음에 평소 다니지도 않던 절에 가서 불공을 드리고, 심지어 점집까지 찾았다는 바이오기업 CEO가 한둘이 아니다. 과학을 한다는 이들이 오죽 답답하면 이럴까. 게다가 자금이 바닥났거나 코스닥 상장유지 조건을 맞추지 못한 기업의 CEO들은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연 매출 30억원 미만, 4년 연속 영업손실, 자본잠식률 50% 등에 해당하면 관리종목에 편입된다. 내년에는 바이오기업 수백 곳이 도산하고, 최소 10곳 이상이 관리종목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뒤숭숭한 세밑 풍경의 원인은 바이오 돈맥경화다. 벤처캐피털 등 투자 시장이 올스톱되면서 신약 연구개발(R&D)에 필요한 자금 조달 길이 막혀버렸다. 국가 R&D 지원마저 급감했다. 신약벤처의 코스닥 상장도 막혀 있다. 이렇다보니 기술수출로 받는 계약금이 유일한 매출원이자 자금 조달 수단이 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미국을 제외한 세계 경기 침체로 글로벌 제약사들의 신약 후보물질 확보 경쟁이 시들해졌다. 기술수출 계약이 금방 될 듯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뤄지는 배경이다.
바이오업계가 기댈 곳은 이젠 거의 없다. 탄핵으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면서 대통령 직속 바이오위원회 출범은 물거품이 됐다. 10년 넘게 수천억, 수조원의 자금을 쏟아부어야 성공을 기약할 수 있는 신약 개발 환경의 특수성을 고려한 각종 제도 개선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던 기대를 아예 접었다.
새해 우리 경제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수년간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여온 바이오업계는 더 큰 시련에 직면할 게 분명하다. 이제는 각자도생 외에는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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