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김건 국민의힘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받은 ‘재외공관 공석’ 현황에 따르면 재외공관 대사가 비어 있는 국가는 이탈리아 네덜란드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불가리아 세르비아 캐나다(토론토) 동티모르 등 8개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중국 대사관의 정재호 대사가 이달 말 귀국을 준비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9개국인 셈이다.
지난 10월 주중 대사로 내정된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중국 정부의 아그레망(주재국 부임 동의)을 받았지만 윤석열 대통령 권한 정지로 부임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원래는 정 대사가 이달 중순 귀임하고, 후임자인 김 전 실장이 다음주까지 부임할 예정이었다. 외교 소식통은 “차기 주중 대사는 대통령이 발탁한 ‘특임공관장’이어서 직접 임명하기에 정치적 부담이 있다”고 전했다. 김 전 실장이 주중 대사로 부임하려면 국무회의를 거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신임장을 수여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신임장 제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주인도네시아 대사도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0월 내정됐지만 아직 아그레망을 받지 못했다. 방 전 장관은 “인도네시아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회기가 끝났다”며 “내년 초는 돼야 (아그레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의 경우 이성호 전 대사가 10월 주인도 대사로 부임하면서 공석이 됐다. 네덜란드 대사 역시 최형찬 전 대사가 7월 말 국립외교원장에 임명된 후 공석 상태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이후 신임 국방부 장관에 최병혁 주사우디 대사를 내정하면서 비게 됐다.
외교부 측은 “재외공관이 160여 개에 달하기 때문에 공석이 많은 것은 아니다”고 했지만 지역 핵심 국가의 대사직이 이렇게 많이 빈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인도네시아 등 주요 국가의 대사직 공석이 장기화되면 외교 일정은 물론 방위산업을 비롯한 기업계에도 파장이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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