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은 지난 24일 유미개발이 집중투표제 도입안을 임시 주총 안건으로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유미개발은 최씨 일가가 지배하는 가족회사다. 이에 대해 MBK 측은 25일 “집중투표제 도입과 동시에 같은 날 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집중투표제의 영향을 미처 판단하지 못한 채 주주들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고려아연은 정관에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규정을 유지하고 있다. 집중투표제란 소액주주가 의결권을 특정 이사나 감사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다. 임시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주주를 정하는 12월 20일까지 유미개발의 주주 제안을 숨긴 것도 자본시장법상 시장질서 교란 행위라고 MBK는 지적했다.
최 회장 측이 ‘꼼수’라는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려는 건 MBK 연합에 고려아연 경영권이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현 정관대로 주총이 진행되면 MBK 연합이 이사회 과반을 확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MBK·영풍은 14명의 신규 이사선임안을 상정했다. 최 회장 측은 7명의 후보를 제출했다. 이날 기준 양측의 의결권 기준 지분율은 MBK·영풍이 46~47%, 고려아연 측이 36~40%로 추정된다. 집중투표제 도입이 무산되면 MBK 연합의 완승이 예상된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13명이다. 14명의 신규 이사가 입성하면 MBK 측이 과반을 확보하는 셈이다.
다만 집중투표제 도입에 관한 정관 변경이 성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관 변경은 특별 결항 사항이라 주주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지만, 집중투표제 도입에는 ‘3%룰’이 적용된다. 지분이 아무리 많더라도 3%까지밖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한 상법상 제도다. 영풍(24.42%)과 MBK(7.82%)가 정관변경안에 각각 3% 지분밖에 행사할 수 없다는 의미다. 반대로 고려아연 측은 최씨 일가와 우호 세력 등이 지분을 잘게 쪼개 가지고 있어 3%룰에 의한 표 손실이 없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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