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하루 4잔 이상 마시면 두경부암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신문 가디언은 국제 두경부암 역학 컨소시엄 연구진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미국 암학회 학술지 '암(Cancer)'에 게재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두경부암은 뇌와 안구에 발생하는 종양을 제외하고, 머리와 목 곳곳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얼굴과 코, 목, 구강, 후·인두, 침샘, 갑상선 등에 발생하며, 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흔한 암이다.
연구팀은 유럽과 북남미에서 진행된 14건의 연구 데이터를 분석했다. 데이터에는 두경부암 환자 9548명과 암이 없는 1만5783명의 사례가 포함됐다.
연구진은 연구 참여자들에게 마시는 커피의 카페인 유무부터 커피와 차를 얼마나 소비하고 있는지 설문 조사한 결과를 분석해 두경부암과 커피, 차 소비의 연관 관계를 살폈다.
연구 결과 하루 4잔 이상의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를 마신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지 않은 사람들보다 두경부암에 걸릴 확률이 17% 낮았다. 구강암에 걸릴 확률은 30%, 인후암 발병 확률은 22%, 하인두암 발병 확률은 41% 더 낮았다.
디카페인 커피도 두경부암 발생 위험 감소와 상관관계를 보였다.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마시지 않는 사람들보다 구강암 발생 확률이 25% 낮았다.
매일 1잔 이하의 차를 마실 때는 마시지 않을 때보다 두경부암 발생 위험이 9% 감소했고, 하인두암 발생 위험은 27% 낮았다.
커피와 차가 두경부암에서 잠재적 보호 효과를 일으키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커피와 차에 든 카페인, 클로로젠산, 카테킨 등 다양한 항산화 성분이 암 예방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를 주도한 위안-친 에이미 리(Yuan-Chin Amy Lee) 미국 유타대 의대 교수는 "커피와 차 소비가 두경부암과 다른 암에 미치는 효과를 확인했고, 디카페인 커피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관찰 결과도 포함됐다"며 "다만 커피와 차의 소비 습관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이를 암 위험과 연관 지어 분석하기 위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톰 샌더스(Tom Sanders)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 영양학과 명예교수는 "통계 분석에서 담배나 알코올과 같은 물질의 교란 효과를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다"면서 "커피와 차를 많이 마시는 사람들은 음주나 흡연과 같은 해로운 행동을 피할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암에 걸릴 위험이 낮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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