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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알게 모르게 무너지고 있다. 2023년 마약사범은 2만7611명. 전년 대비 50% 폭증한 수치다. 더 충격적인 것은 10·20대가 35%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마약청정국'이라는 말이 무색해진 지 오래다. 한때 아시아의 모범국으로 불리던 우리나라가 마약의 유혹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이다.
과거 마약은 '그들만의 범죄'였다. 재력가의 일탈이나 연예인의 스캔들 정도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유흥가는 물론 학교 근처까지 마약이 스며들었다. BBC까지 나서서 한국의 유흥업소가 마약 유통의 온상이 됐다고 지적할 정도다. 온라인을 통한 마약 거래는 이미 일상이 됐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된 마약이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의 길로 이어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마약의 폐해는 개인을 넘어 가정을 파괴한다. 한때 재벌가 외손녀로 주목받던 황하나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2년간의 단약 노력도 수포로 돌아갔고, 결국 해외 도주 후 인터폴 수배를 받고 있다. 마약이 얼마나 끔찍한 족쇄인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한 번 빠져들면 빠져나오기 힘든 마약의 유혹은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할 뿐 아니라, 그 가족 모두에게 평생의 상처를 남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마약 관련 '생태계'가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마약사범 전담 변호사들이 등장했고, 유흥가에서는 마약 변호 광고가 넘쳐난다. 일부 변호사들은 '집사'를 자처하며 마약 공급책의 법률 자문까지 맡는다. 법조계마저 마약 산업의 그늘에 빠져들고 있는 셈이다. 이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리의 대응은 여전히 '처벌' 위주다.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지정병원은 있으나 유명무실하다. 민간재활센터는 정부 지원 부족으로 허덕인다. 중독자를 범죄자로만 볼 게 아니라 환자로 보는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선진국들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마약 중독을 질병으로 인식하고 체계적인 치료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특히 청소년과 청년층의 마약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더욱 우려스럽다. SNS와 메신저를 통한 마약 거래가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새로운 형태의 마약류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한 처벌 강화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예방교육과 치료, 재활에 이르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공급 차단이다. 마약 판매책과 이들을 돕는 비리 공무원, 법률가들을 엄벌해야 한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마약 거래자 사형을 주장할 정도로 강경했던 이유다. 우리도 이제는 '마약과의 전쟁'을 본격화할 때다. 특히 마약 공급망을 차단하기 위한 국제적 공조가 절실하다.
정부는 마약 문제 해결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관련 예산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현재의 분산된 대응 체계로는 날로 진화하는 마약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마약 중독자의 치료와 재활을 위한 인프라 확충도 시급하다.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뼈아픈 마음으로 말한다. 마약 문제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의 자녀들이, 이웃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 처벌과 치료의 두 날개로 마약청정국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와 가정을 지키는 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약 문제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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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종언 법무법인 존재 대표변호사 I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였으며, 제48회 사법시험 합격, 제40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IBK기업은행,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법무팀장으로 재직하며 다양한 법률 실무 경험을 쌓았다. 이후 故 구하라 유족 법률대리인으로 '구하라법' 입법 청원을 주도하여 2021년 법무부 장관상을 받았다. 현재 법무법인 존재의 대표변호사로, 동물자유연대 등기이사이자 국민권익위원회 행정심판 통합자문단 보상·보험분과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다수 TV 프로그램에 법률 자문을 하고 있다. 대학 동기이자 법무법인 존재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윤지상 변호사와 함께 유튜브 채널 '상속언박싱'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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