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병삼 한국 딜로이트그룹 경영자문본부 ESG그룹 파트너
“2025년 말에 발표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업종 확대는 국내 중소·중견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대비해야 한다.”
김병삼 한국 딜로이트 그룹 경영자문본부 ESG그룹 파트너는 <한경ESG>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CBAM 규제가 EU뿐 아니라 주요국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최근 UK CBAM 실행이 확정됐는데 영국은 2027년부터 시범 기간 없이 이번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대상 제품은 유리와 세라믹을 제외한 알루미늄·시멘트·비료·수소·철 등 5가지 제품이 확정될 전망이다.
CBAM은 유럽연합(EU) 내에서 제품이 생산될 때 탄소비용과 동일한 수준의 추가 비용을 EU로 수입되는 제품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2026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앞서 EU는 2023년 CBAM 공식 발효를 선언함으로써 2023년 10월 1일부터 전환 기간이 시작돼 EU 역내 수입업자들은 CBAM 대상 제품의 탄소배출 정보를 수집해 연 4회에 걸쳐 관세 당국에 탄소배출량을 보고하고 있다. 2024년 10월부터는 이러한 EU 지침에 의해 기본값 사용이 제한되고 EU 방법론에 기반해 보고가 의무화됐다.
김 파트너는 “국내 수출기업이 EU 배출량 산정 기준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준비하지 못하면 시정조치나 과징금 등 제도적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CBAM 적용 대상은 탄소누출이 큰 철강·시멘트·비료·알루미늄·전력·수소 등 6대 부문으로 국내 수출 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작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CBAM의 경우 한국의 주요 수출 기업 중에서도 철강 및 알루미늄 등 업스트림 중심에서 자동차, 시멘트 등 다운스트림 제품군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점으로 꼽았다. CBAM의 영향은 철강·알루미늄 같은 주요 업종을 넘어 자동차·시멘트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국내 대기업이 대거 새로운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충격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파트너는 “CBAM의 확대는 대기업 외 중소·중견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기업들이 관련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준비하지 않을 경우 유럽과의 수출 거래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수출 기업 가운데 미국 시장에 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경우 미국의 전기차 및 배터리 관련 규제 변화에 특히 민감하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미국, 유럽, 영국이 탄소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의 전략적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한국 기업들이 다가올 규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전략 수립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파트너와의 일문 일답.
CBAM 대응에서 기업들이 고려할 사항이 있다면.
“기업들이 CBAM에 대응하려면 EU 배출권거래제(EU-EST)와 배출량 산정 방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는 EU-EST를 참고해 설계한 한국 배출권거래제(K-ETS)를 지난 2014년부터 시행하고 있지만, 당시 정부 정책 방향과 국내 운영 환경 등을 고려해 한국 상황에 맞게 설계돼 운영되는 만큼 EU-EST와는 다른 점이 있다. EU-EST는 이산화탄소와 아산화질소, 과불화탄소 등 3대 온실가스를 관리 대상으로 하고 있다. 반면 K-ETS는 6대 온실 가스를 모두 관리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사업장 단위로 산정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EU에서 CBAM 적용 품목을 확대하려는 이유가 있나.
“지난 1년간 EU에서 CBAM 대상 제품이 시멘트, 강철, 알루미늄 등 원자재와 업스트림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EU 역외로 생산지를 이전하고 다운스트림 제품을 다시 블록으로 EU 역내로 수입하는 우회 회피 현상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CBAM 대상 제품이 강철 기반과 알루미늄 기반, 시멘트 기반 등 다운스트림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자동차로 확대되면 국내 대기업도 CBAM 적용 대상이 되는 만큼 반드시 대비해야 한다.”
CBAM 외에도 국내 산업과 기업의 경영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이는데, 영향이 클 것으로 보는 분야는.
“반도체 분야에 대한 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법(칩스법)을 만든 의도는 미국 내 반도체 생태계를 지금보다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에서 해외 기업이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거나 수출하면 메리트를 주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우리나라도 삼성전자가 64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고, SK하이닉스도 4억5000만 달러 정도를 받아야하는데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트럼프 시대에 국내 기업에 가장 직격탄이 될 산업은 어디가 될까.
“트럼프의 핵심 정책 기조는 보호무역주의와 신자유주의, 반환경주의이다. 보호무역주의의 1차 타깃은 중국이기에 공정한 무역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신자유주의는 미국 내 규제를 철폐하겠다는 것인데, 법인세를 최소한으로 줄이겠다는 것이 정책 방향이다. 반환경적 부분은 화석연료를 사용해 에너지 가격을 안정화하겠다는 것이 방침이다. 이러한 정책 기조로 인해 결국 피해를 입는 업종은 자동차, 철강, 배터리다. 하지만 미국과 별개로 CBAM, 기업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 청정경쟁법(CCA), 공급망실사, 지속가능 공시 등 유럽의 규제는 더욱 심화되는 만큼 규제에 적극 대비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2기에 국내 기업의 ESG 정책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는가.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기후 공시가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이미 SEC 공시를 의무화하는 것으로 결정됐고, 미국 SEC에서는 이미 결정한 상태에서 국내 10여 개 상장사들이 현재 기후 공시를 준비하고 있다. 2026년에 SEC 공시를 해야 하는데, 트럼프 2기의 현안에서는 SEC 기후 공시가 후순위에 있다는 점에서 지속가능성 공시가 우선순위에 있지 않다는 점은 우려 요인으로 부각된다.”
가장 우려되는 ESG 규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현재 기업에 가장 와닿는 것은 CBAM이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도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예컨대 철강·알루미늄 등 업스트림 중심에서 자동차·시멘트 등 다운스트림 제품군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도 관련 데이터 체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거래 중단 위기에 직면할 수 있기에 기업들이 체계적으로 대응에 나서야한다.”
유럽의 CSRD와 미국의 SEC 공시에 대해 기업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유럽 시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한국 기업은 이미 보고서 작성과 데이터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유럽의 CSRD는 2026년부터 공시의무가 시작되고, 이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입증할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SEC 공시는 트럼프 당선 이후 일정이 불확실해졌지만, 장기적으로 미국 또한 공시 의무화를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25년 기업들이 가장 주목해야 할 핵심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2025년 한국 기업이 주목해야 할 핵심 과제로는 CBAM과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를 들 수 있다. CBAM은 본격적인 규제가 시작되며, TNFD는 기업이 자연자본에 대한 의존도를 평가하고 공시할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제시하는데, 한국 기업은 이를 기반으로 기후와 자연 관련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은 ESG를 단순한 규제로 보지 않고 비즈니스 전략으로 활용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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