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것이 이뤄지는 세상. 그림책 안에는 우리가 잊고 있거나 나도 모르게 포기해 버린 그 세상이 녹아 있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어른에게 올해가 가기 전에 읽어보면 좋을 그림책을 소개한다.
일본 요코하마에 사는 가메타로 오이와 씨는 1년 만에 초대장을 받는다. 가메타로 씨는 전기 자전거를 타고, 인도 라이푸르의 이발사 스밀라 씨는 코끼리를 타고, 벨기에 안트베르펜 구둣방의 호흐 형제들은 5인용 자전거를 타고 초대장을 받은 그들은 어딘가를 향해 떠난다.
“나는 파스텔톤이 싫어요!”라고 말하는 듯 선명하고 발랄한 색들로 눈을 사로잡는 이 그림책은 사사키 마키의 <이상한 다과회>다. 읽을 때마다 괴짜 같고 흥미로우며 어느 순간엔 소리 내어 읽게 된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선 여지없이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가게 된다. 손에 얹고만 있어도 지나가는 이들의 눈을 힐끔힐끔 훔칠 수 있는 멋진 표지, 어른 손바닥 크기의 아담함. 세상의 우울감을 꾸짖듯 형광 발색의 밝고 화려한 숲이 우리를 기다린다.
이 그림책은 위대한 소설가 레프 톨스토이의 짧은 소설을 토대로 만든 그림책 <우리가 어른보다 똑똑해요>다. 리놀륨 판화(고무질 물질을 사용한 볼록판의 판화)로 그림을 그린 후 수공 종이에 활판 인쇄로 찍어서 만들었다. 책 시작부터 끝까지 종이 한 장 한 장의 질감이 모두 다르다. 책을 넘길 때마다 열 손가락을 어루만지듯 올록볼록 두툼한 종이의 따뜻함이 느껴진다. 그림책에 입혀진 검은 잉크는 다른 색들이 충분히 뽐낼 수 있게 돕는다. 군데군데 잉크가 지나가지 못한 흰 점들이 보이는데, 활판 인쇄 특유의 촉각과 미세한 어긋남이 표현된다. 톨스토이의 작품을 좋은 재질의 종이와 아름다운 색으로 만들어진 그림책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책 표지 뒷면에는 2000권 중 몇 번째 책인지 손 글씨로 적혀 있다. 그중 한 권을 갖는 행운을 누려보기를 바란다.
이 그림책은 프랑수아 플라스의 <마지막 거인>이라는 책이다. 루스모어의 고통과 환의, 후회와 번뇌가 뼛속까지 느껴진다. ‘나였더라면, 너였더라면 어땠을까.’ 가슴속으로 되뇌게 되는, 소위 말하는 ‘어른’이라면 한 번쯤 꼭 봐야 할, 봤으면 하는 그림책이다.
작가의 펜촉이 물결치고 스스로 움직이는 듯이 생생하면서 섬세한 그림은 책의 내용만큼이나 독자를 빠져들게 한다. 험난한 고통에 진이 빠졌다가, 함께 행복했다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가 씁쓸한 여운을 맞이한다. “창의성은 언제나 상상력이라는 거인의 어깨를 타고 온다”는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추천 글에서 보듯 <마지막 거인>은 묵혀두고 읽어야 할, 그야말로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다. 표지 위에 그려진 거인의 넓은 등과 어깨를 보며 연민을 느낀다. 이제 갓 성인이 된 이가 주변에 있다면 제대로 된 ‘어른’이 되기를 희망하며 꼭 선물하고픈 그림책 중 하나다.
박효진 길리북스 대표
사사키 마키 <이상한 다과회>
“올해도 어김없이 초대장이 도착했습니다.”일본 요코하마에 사는 가메타로 오이와 씨는 1년 만에 초대장을 받는다. 가메타로 씨는 전기 자전거를 타고, 인도 라이푸르의 이발사 스밀라 씨는 코끼리를 타고, 벨기에 안트베르펜 구둣방의 호흐 형제들은 5인용 자전거를 타고 초대장을 받은 그들은 어딘가를 향해 떠난다.
“나는 파스텔톤이 싫어요!”라고 말하는 듯 선명하고 발랄한 색들로 눈을 사로잡는 이 그림책은 사사키 마키의 <이상한 다과회>다. 읽을 때마다 괴짜 같고 흥미로우며 어느 순간엔 소리 내어 읽게 된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선 여지없이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가게 된다. 손에 얹고만 있어도 지나가는 이들의 눈을 힐끔힐끔 훔칠 수 있는 멋진 표지, 어른 손바닥 크기의 아담함. 세상의 우울감을 꾸짖듯 형광 발색의 밝고 화려한 숲이 우리를 기다린다.
하산 자레딘 <우리가 어른보다 똑똑해요>
말라슈카의 집과 아쿨카의 집 마당 사이에 커다란 물웅덩이가 생겨난다. 그날은 말라슈카, 아쿨카 두 여자아이가 파란색, 노란색 새 원피스를 입고 나란히 웅덩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둘은 뭐 하고 놀까 궁리하다가 웅덩이로 들어간다. 웅덩이 물이 튀어 서로 티격태격하다가 마을 어른들의 싸움으로 번진다. 싸움은 어떻게 끝이 날까?이 그림책은 위대한 소설가 레프 톨스토이의 짧은 소설을 토대로 만든 그림책 <우리가 어른보다 똑똑해요>다. 리놀륨 판화(고무질 물질을 사용한 볼록판의 판화)로 그림을 그린 후 수공 종이에 활판 인쇄로 찍어서 만들었다. 책 시작부터 끝까지 종이 한 장 한 장의 질감이 모두 다르다. 책을 넘길 때마다 열 손가락을 어루만지듯 올록볼록 두툼한 종이의 따뜻함이 느껴진다. 그림책에 입혀진 검은 잉크는 다른 색들이 충분히 뽐낼 수 있게 돕는다. 군데군데 잉크가 지나가지 못한 흰 점들이 보이는데, 활판 인쇄 특유의 촉각과 미세한 어긋남이 표현된다. 톨스토이의 작품을 좋은 재질의 종이와 아름다운 색으로 만들어진 그림책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책 표지 뒷면에는 2000권 중 몇 번째 책인지 손 글씨로 적혀 있다. 그중 한 권을 갖는 행운을 누려보기를 바란다.
프랑수아 플라스 <마지막 거인>
아치볼드 레오폴드 루스모어는 거인족의 나라를 찾기 위해 채비한다. 이 여행은 우연히 부두를 산책하면서 만난 이상한 그림이 조각된 아주 커다란 어금니 때문이었다. 거인의 나라를 찾아가는 험난한 과정, 그 이후의 이야기 그리고 이 그림책을 읽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어우러진다.이 그림책은 프랑수아 플라스의 <마지막 거인>이라는 책이다. 루스모어의 고통과 환의, 후회와 번뇌가 뼛속까지 느껴진다. ‘나였더라면, 너였더라면 어땠을까.’ 가슴속으로 되뇌게 되는, 소위 말하는 ‘어른’이라면 한 번쯤 꼭 봐야 할, 봤으면 하는 그림책이다.
작가의 펜촉이 물결치고 스스로 움직이는 듯이 생생하면서 섬세한 그림은 책의 내용만큼이나 독자를 빠져들게 한다. 험난한 고통에 진이 빠졌다가, 함께 행복했다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가 씁쓸한 여운을 맞이한다. “창의성은 언제나 상상력이라는 거인의 어깨를 타고 온다”는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추천 글에서 보듯 <마지막 거인>은 묵혀두고 읽어야 할, 그야말로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다. 표지 위에 그려진 거인의 넓은 등과 어깨를 보며 연민을 느낀다. 이제 갓 성인이 된 이가 주변에 있다면 제대로 된 ‘어른’이 되기를 희망하며 꼭 선물하고픈 그림책 중 하나다.
박효진 길리북스 대표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