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아버지를 따라 골프를 접한 어린아이가 이렇게 성장해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꿈꾼 무대이자 골프 선수에게 가장 큰 무대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도전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대상과 상금왕, 최저타수상 등 3관왕을 휩쓴 윤이나(21)가 26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 11일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의 매그놀리아 그로브 골프장에서 끝난 LPGA투어 퀄리파잉(Q) 시리즈에서 8위(15언더파 343타)를 기록해 상위 25명에게 주어지는 LPGA투어 출전권을 따냈다. LPGA Q 시리즈 이후 처음 연 공식 기자회견에서 윤이나는 “내년 LPGA투어 신인왕을 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윤이나는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종료되는 메인 스폰서 하이트진로의 켈리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나왔다. 그는 “성장의 발판을 만들어준 동료 선수들과 모든 스폰서의 헌신이 있었기에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윤이나는 고진영(29)의 메인 스폰서이자 필리핀의 카지노 기업인 솔레어와 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KLPGA투어에 데뷔한 윤이나는 300야드를 넘나드는 시원한 장타에 화려한 미모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그해 6월 오구 플레이를 한 사실을 뒤늦게 고백해 3년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고, 올해 초 징계가 1년6개월로 경감돼 국내 개막전부터 복귀했다.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뛰어난 경기력을 과시한 윤이나는 올 시즌 1승과 열네 번 톱10을 기록하는 등 KLPGA투어를 평정했다. 당장 LPGA투어에 도전해도 손색이 없는 실력이라는 평가지만, 복귀한 지 1년도 안 돼 미국 무대로 가는 것이 도의적으로 합당하지 않다는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윤이나는 “많이 고민한 부분”이라면서도 “제가 미국에 가서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팬들에게 보답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윤이나는 다음달 19일 미국으로 출국해 현지 적응 훈련을 시작한다. LPGA투어 공식 데뷔전은 내년 2월 6일 미국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의 브레이든턴CC에서 열리는 파운더스컵이다.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를 베이스캠프로 삼았다는 윤이나는 “어릴 때부터 지도해주신 스윙 코치님과 계속 동행하지만, 쇼트게임의 경우 현지 잔디를 잘 아는 분을 따로 구하고 있다”며 “당장 내년엔 미국이라는 새 환경에 잘 적응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장기적인 목표에 대해선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뒤 최대한 길게 유지하고 싶다”며 “올림픽 금메달도 욕심난다”고 밝혔다.
윤이나는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대한골프협회(KGA)와 KLPGA에 1억원씩 총 2억원을 주니어 육성 기금으로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골프 발전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한 결과, 주니어 육성에 도움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기부금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키우는 주니어 선수들에게 희망의 씨앗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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